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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애틀랜타 총영사, 구금된 韓기업 300여명 면담…美측에 "인도적 문제나 불편함 없도록 배려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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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수감된 미국 이민당국 시설, 정부 감사서 열악한 환경 적발
美인권단체도 "비인간적 여건"…2024년에 인도인 수감자 사망도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025.9.6 사진=연합뉴스

속보=미국 이민당국이 한국 기업 직원 300여 명을 구금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이들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면담을 시작했다.

외교부 현장대책반 관계자에 따르면 주애틀랜타 총영사관 소속 영사가 6일(현지시간) 오전 9시부터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에 있는 이민세관단속국(ICE) 구치소(Processing Center)에서 수감된 한국인들을 만났다.

현장대책반 관계자는 "영사 면담에서는 기본적으로 인도적 문제나 불편함이 없는지 확인하고, 미국 측에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포크스턴 구치소에는 지난 4일 조지아주 서배너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중 대부분이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서배너에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를 반장으로 한 현장대책반을 꾸리고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현장대책반은 300여명 전원을 최대한 신속하게 면담하고 건강상의 문제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에는 조기중 총영사가 시설을 방문해 시설 운영자 측을 면담했다.

조 총영사는 면담을 마친 뒤 현장 취재진에게 "우리 국민이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배려해달라고 얘기했고 실무진에서 가능한 방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조 총영사는 담당 영사가 이날 수감자 전원을 면담하지는 못했으며 7일 오전 9시부터 면담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확인된 분도 있고 안된 분도 있는데 모든 분이 지내는 데 큰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려고 한다"면서 "우선 담당 영사가 안에 시설을 확인했고, 오늘 면담한 분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예상되는 석방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이민 당국은 불법 체류 등의 혐의로 체포한 이들의 체류 지위 등을 조사하고 향후 처분을 결정하기 전에 일단 이들을 구금시설에 수용한다.

정부는 조사 과정이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불법 여부에 대한 시시비비는 나중에 가리더라도 일단 한국인들이 가능한 한 신속하게 풀려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중 대부분이 수감된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 이 사진은 2021년 11월 16일 촬영된 내부 모습이다. 2025.9.6 [美 국토안보부 제공]

한편,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300여명이 지내는 시설이 과거 미국 정부 감사에서 열악한 위생 환경 등을 지적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가 수감된 한국인의 신속한 석방을 미국 당국에 요청하는 가운데 구금 기간이 길어질 경우 건강 악화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을 전망이다.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구금 시설은 과거 국토안보부(DHS) 감사실의 불시 검사에서 열악한 환경을 지적받았다.

감사실이 2022년 6월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감사실은 2021년 11월 16∼18일 진행한 불시 검사에서 "수감자의 건강, 안전과 권리를 훼손하는 위반 행위"를 다수 식별했다.

감사실은 "찢어진 매트리스, 누수, 고인 물, 곰팡이, 낡은 샤워 시설, 환기 시스템에 곰팡이와 잔해, 만연한 벌레, 뜨거운 물이 부족한 샤워, 작동하지 않는 변기, 주방 냉동고의 고장 난 온도계, 따뜻한 식사의 부재"를 지적했다.

감사실은 "시설의 의료 직원은 수감자를 위한 특수 진료나 충분한 정신건강 치료를 적시에 제공하지 않았다. 포크스턴은 수감자의 고충이나 요청에 적시에 또는 완전히 대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수감자에게 부적절하게 수갑을 채우고, 수감자의 소유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중 대부분이 수감된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의 샤워장. 이 사진은 2021년 11월 진행된 미국 국토안보부(DHS)의 감사 당시 촬영됐다. 2025.9.6 [美 국토안보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감사실은 ICE가 감사실의 개선 권고를 대부분 수용해 포크스턴 구치소의 생활 환경이 어느 정도 개선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에도 지역 인권단체들은 우려를 제기해왔다.

2024년 4월에는 불법으로 입국하려다 체포된 인도 국적자 자스팔 싱이 포크스턴에 수감됐다가 사망하면서 의료 대응이 미비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소재 인권단체 '정의 구현을 위한 아시아계 미국인'(AAAJ)은 전날 성명에서 ICE의 현대차-LG엔솔 공장 건설 현장 단속을 비판하면서 포크스턴 구치소의 "비인간적인 여건과 위반 행위"를 지적했다.

포크스턴 구치소는 사설업체인 GEO 그룹이 소유, 관리하며 수용 가능 인원은 약 1천100명이다.

미국의 ICE 구치소는 대체로 생활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실이 2024년 9월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감사실은 2020∼2023년 포크스턴을 포함한 17개 구치소를 조사한 결과 DHS의 자체 환경 보건·안전 기준 등을 완전히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실은 "그 결과 직원과 수감자를 위해 안전하고 보안이 보장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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