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월에서 활동 중인 노재필 시인의 첫 시집 ‘저녁에 떠나는 버스’가 출간됐다.
노재필 시인에게 시는 돌고 돌아 만난 인연처럼, 결코 피할 수 없는 운명같았다. “다 잊은 줄 알았던 문장들이 중년의 침묵 속에서 다시 말을 걸어왔다”고 운을 뗀 시인은 이번 작품을 통해 70여 편의 시들을 꺼내 보인다. 잔인한 만큼 따듯한 봄볓에서 시작된 시어들은 4부에 걸쳐 저마다의 이야기를 펼쳐내다 다시 봄에 도달한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시’를 꿈꾸는 시인의 감성은 자연에서, 일상에서 존재를 사유하고, 관계를 되짚으며 나아간다.
이번 작품의 해설을 맡은 김남권 시인은 노 시인의 작품세계를 두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고백이자, 화엄의 세계를 열어가는 생태시”라고 평했다. 시를 쫓았던 긴 세월, 시인은
노을이 어슴푸레 내려앉은 저녁이 좋아졌다. 그렇게 시인의 시선은 자연스레 저물어가는 것들에 머무른다. 새까만 침묵에 빠져든 철길과 빈집에서, 길가에 방치된 채 생을 다한 어느 낡은 자동차에서 시인은 세상을 향한 깊은 성찰을 시편 속에 담아낸다. 생태적 감수성과 삶의 본질을 노래하는 그의 시는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와 생명의 숨결을 전한다.
노재필 시인은 “글나무를 심어놓고 자라기를 기다리는 일은 매일 희비가 교차하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따듯한 시선으로 삶의 이면을 담아내며 함께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전했다. 도서출판 밥북 刊. 141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