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책이나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검토할 때 흔히 ‘비용편익(B/C)’ 분석이 절대적인 잣대처럼 작용한다. 물론, 투입 대비 산출을 따지는 것은 필수적인 행정 절차다. 하지만 숫자만으로 미래를 재단하는 순간, 우리는 종종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대표적 사례가 일본 호쿠리쿠 신칸센이다. 1990년대, 당시 일본 정부는 호쿠리쿠 지방의 낮은 인구 밀도와 경제성을 이유로 사업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교통이 지역을 바꾼다'는 확신으로 사업을 강행했고, 2015년 개통 이후 해당 지역의 관광객 수는 1.5배 이상 증가했고, 외국인 방문객도 급증했다. 역세권 중심으로 호텔, 상점, 스타트업이 몰리며 지역 경제가 되살아났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 대표적 성공 사례다.
한국에서도 수서고속철도(SRT) 개통 초기엔 수요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개통 후 오히려 KTX 전체 수요가 늘었고, 수도권 남부 주민들의 접근성 향상은 기업 유치와 주거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공공투자의 목적은 '있는 수요'만을 계산하는 데 있지 않다. 잠재된 수요를 끌어내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역할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수요 부족이라는 숫자의 함정에서 벗어나, 가능성을 보는 눈이다.
이는 용문~홍천 광역철도와 삼척~강릉 고속화철도 모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만 하는 이유다.
유동균(춘천시 후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