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가 최근 반도체 산업의 생명수로 불리는 ‘초순수’ 연구시설 즉, ‘국가 초순수 플랫폼센터’ 원주 유치를 정부에 공식 건의한 것은 타당한 명분과 전략적 실익을 두루 갖춘 결정이다. 초순수는 반도체를 비롯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의료기기, 바이오 산업 등 첨단 정밀공정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기술 주권과 안보 산업 경쟁력의 관점에서도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일본의 독점에서 벗어나 국산화에 성공한 만큼 향후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기 위해서도 국책 연구시설 유치는 지역을 넘어 국가 산업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환경부는 지난해 해당 플랫폼 구축을 위해 지자체 공모를 추진했으나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가 최근 재공모 방침을 밝힌 상태다. 총사업비 2,500억원이 투입되며 2030년까지 시험센터, 실증 플랜트, 분석센터, 폐수재이용기술센터, 인재양성센터 등 총 5개 핵심 시설이 조성될 예정으로, 이를 유치하는 지역은 반도체 생태계의 중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운데 도가 원주 부론산단을 후보지로 제시한 것은 지역 균형발전은 물론 실질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선택이다. 첫째, 입지적 강점이 탁월하다. 원주 부론산단은 SK하이닉스 이천공장과 24㎞, DB하이텍 음성공장과는 불과 16㎞ 거리로, 국내 주요 반도체 생산거점과의 연계성이 뛰어나다. 이는 초순수 수요처와의 접근성을 중시하는 센터의 입지 요건을 충족시킨다. 둘째, 도는 이미 원주권에 반도체 실증 테스트베드 사업을 유치한 상태이며, 반도체 소모품 실증센터, 의료 AI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센터 등 첨단 연구 인프라가 연계 구축 중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시설 유치에 그치지 않고 기술개발, 인재 양성, 기업 지원이 통합된 산업 클러스터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셋째, 도는 수도권과 충청권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이점을 갖춘 동시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산업용지 가격과 쾌적한 정주 여건 등 장기적 인프라 안정성 면에서도 앞선다. 특히 수도권 공장 총량제와 수도권 규제로 인해 주요 첨단 산업 시설의 입지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원주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하지만 관건은 치열한 경쟁이다. 경기 용인·평택, 경북 구미 등 이미 대규모 반도체 산업이 조성된 지자체들이 관심을 두고 있다. 원주가 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를 향한 도의 지속적이고 정밀한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도는 원주시와 정보를 공유하고 철저하게 공조를 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관련 부처와의 실무 협의,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한 기술적 강점 부각, 산·학·연 협력 방안 제시 등 다층적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원주시가 초순수 플랫폼센터 유치를 통해 첨단 산업 자립과 국가 기술 주권의 중추로 거듭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