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규 정선 남면·신동지역 공동추진위원회 기획실장 = 폐광지역 개발 지원법이 시행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정부는 단 한 번도 정책에 대한 백서를 발간한 적이 없다. 수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외에, 낙후지역 경제 활성화·균형발전이라는 법의 목적 달성 여부를 따져볼 수 있는 공식 문서는 없었다.
2017년 독일 에센은 ‘회색에서 녹색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유럽의 녹색 수도로 선정됐다. 탄광 도시였던 에센은 폐광 이후 도시 재생과 환경 전환을 동시에 이뤄냈다.
강원지역 간 결속을 이끄는 상징적 슬로건 하나조차 우린 없었다. 폐광지역 4개 시·군은 각자 따로 움직일 뿐, 공동 대응이나 상생 프로젝트는 거의 전무했다.
향후 이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식의 녹색 교통 시스템을 제안한다. 강원 남부는 백두대간을 낀 생태환경을 갖추고 있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김광태 삼척시도계읍번영회장=폐광지역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3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산업 전환을 위한 수많은 논의와 포럼, 용역이 이어졌지만, 정작 지역의 실정과 절박함을 담아내는 정책은 거의 없었다. 특히 정부는 지금까지 한 번도 폐광지역의 실상을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책임 있는 주체로 나선 적이 없었다고 본다.
석탄산업이 사실상 끝난 지금 마지막 광산이 있는 도계가 맞이한 이 절박한 현실에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 만약 과거에 지역 주민들이 제시한 대안이 제때 반영됐더라면 지금처럼 고립되진 않았을 것이라는 회한도 있다.
강원랜드의 발전도 곧 지역과 직결된 문제다. 그러나 오늘날 강원랜드가 과연 ‘폐광지역을 위한 기업’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복합리조트를 지향하면서도 지역의 사회성과 공동체 회복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오사카, 마카오 같은 도시들이 복합리조트 경쟁력을 확보한 배경엔 ‘규제 개혁’이 있었다. 현 상태로는 강원랜드가 글로벌 리조트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폐광지역의 지속가능성도 결국 지역과 정부, 기업 모두의 책임 속에서 출발해야 한다.

△안태섭 영월군이장연합회장=폐광지역의 가장 큰 위기는 산업의 소멸보다 사람이 떠나는 현실에 있다는 점이다. 영월을 비롯한 강원 남부 폐광지역 마을들은 점점 비어가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대중교통은 하루 몇 차례 운행에 그친다. 마을이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 신호다.
지역을 살리기 위한 해강기금은 단순한 기반시설 투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주민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돼야 한다. 농촌형 공공돌봄 서비스, 마을버스 운영, 응급 의료체계 확보, 빈집 리모델링을 통한 청년 거주지 제공, 지역 기반 일자리 창출 등 마을 단위 복지사업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교통이 단절되면 마을도 단절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 무궁화호 외에는 철도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며, 버스 노선마저 해마다 감축되고 있다. 교통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지역 생존의 기본 인프라다. 통합형 공공교통 모델로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득진 태백시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총장 =폐광지역을 살릴 제2의 창업, 이제는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K-복합리조트 사업은 단순한 확장이 아닌, 지역 생존이 걸린 창업 수준의 전환으로 주민들이 단순 참여를 넘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다. 1998년 강원랜드 설립 당시 ‘이거 안 만들면 우리 죽는다’는 절박함이 있었는데 지금도 폐광지역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강원랜드 유보금만으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건 위험하고 정부의 공동 투자 없이는 지속성과 책임을 담보할 수 없다. 정부를 설득하고 사업을 함께 설계하는 구조가 아니면 또다시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
폐광지역 4개 시·군이 골고루 혜택을 나눌 상생 구조를 마련해야하고 강원랜드가 추진하는 사업에 지역이 동원되는 것이 아닌 함께 이익을 설계해야 한다.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 개정도 필요하다. 기술·산업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환경 규제가 매번 발목을 잡아왔는데, 이번에는 도 차원에서 중앙정부와 전략적으로 협상해야 한다.

△이진경 제주특별자치도 카지노업감독위원회 위원(제주관광대 교수)=관광객 입장에서 폐광지역 관광 활성화를 바라볼 때 세 가지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는 물리적 접근성 강화로, 삼척과 강릉까지 전철처럼 대중교통이 확장되길 희망한다. 과거 강원대 재직 시절부터 꾸준히 제안해 온 부분이다. 둘째는 온라인과 스마트 기술의 도입이다. 제주도에서 이미 자율주행차를 운행 중인 만큼, 폐광지역에도 첨단 교통수단과 디지털 플랫폼을 도입해 관광객과 주민 모두의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는 심리적 접근이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친밀한 마케팅으로 관광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한국관광학회 등과 협력해 지속적인 홍보 프로젝트를 운영해야 한다.
특히, 강원랜드가 지역 내 게임 문화를 형성하며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저조한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배팅 한도를 활용한 온라인 게임 오픈 등을 통해 재창출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관광객이 단순 방문을 넘어 머물며 지역 인구 유입과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사람이 중심이 되는 교육과 인프라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

△이정규 신한대 글로벌관광경영학과 교수=1995년 탄광 폐광이 본격화된 이후 30여 년간 폐광지역에는 막대한 규모의 공공예산이 투입됐으나, 정작 지역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강원연구원 자료를 토대로 보면 1995년부터 2024년까지 폐광지역에 투입된 공공예산은 약 3조8,000억 원, 이 중 폐특법을 통한 개발기금만 1조6,900억 원에 달한다.
재정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폐광지역의 총인구는 전국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감소했으며, 특히 청소년 인구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수조 원이 투자됐지만 인구 유출과 지역 소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며, 기존의 투자방식과 사업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
강원랜드 역시 향후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는 지역 재생에 대한 실질적 기여 방안을 함께 수립해야 한다. 마카오에서는 카지노 기업에 도시재생 과제를 부여해 지역공헌을 의무화하고 있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30년 동안의 투자에도 지역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 지금이야말로 전면적인 방향 전환과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재정 투입만이 아닌, 주민 삶과 인구 유지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실천적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전 한국관광학회 회장, 사회) =석탄산업의 붕괴 이후 지난 30년간 폐광지역은 강원랜드를 중심으로 대체 산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하이원리조트 조성 등은 단지 한 기업의 성장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생존 기반을 닦은 중요한 시기였는데 이제는 준비의 시간을 넘어 도약의 시기로 접어들어야 한다. 강원랜드는 단순한 카지노 기업이 아닌, 글로벌 복합리조트로의 전환을 통해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까지 반드시 찾아오는 명소가 되어야 한다.
강원랜드에 부여된 내국인 출입 독점권은 세 차례에 걸쳐 연장됐으며, 현재는 2045년까지로 확정됐다. 앞으로 남은 20년 동안 우리는 어떤 청사진을 갖고 움직일 것인지, 이를 기반으로 지역 전체를 어떻게 함께 성장할지 고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