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어스름히 깔리는 ‘고독의 두께’

◇김유진 作 ‘고독의 두께’

강릉 출신 김유진 시인이 시집 ‘고독의 두께’를 출간했다.

삶은 곧 아득한 애증의 세월이었다. 평생의 업이자 벗이었던 글은 때로는 제발 나를 따라오지 마라 소리칠 만큼 무거웠고, 녹지 않는 그리움이 삶 곳곳에 진득이 따라 붙었다. 그렇게 세상과, 시와 뒤엉켜 살아온 시간은 시인에게 고독의 두께를 남겼다. 오래 쓰다듬어 얇아진 고독처럼 시인은 작품을 통해 슬픔을 어루만지고, 상실과 공허에 이름을 붙인다.

“창문 커튼이 흔들린다/별로 쓸쓸하지 않은 방안에/집요하게 따라오는 축축한 고독이/습기 찬 벽 틈에서 벌레처럼 기어 나온다”(울음의 미완 中)

대상의 부재에서 오는 애도와 회환, 그리움과 고독을 담담히 풀어내는 시인. 그는 소리를 높이지도, 감정을 부풀리지도 않은 채 그저 묵묵히 감정의 민낯을 담아낸다. 그래서 그의 시는 낮고 조용한 어조로 한숨을 뱉어내는 가 하면, 이내 표정을 바꿔 삶의 희망을 이야기 한다. 어스름한 고독 속 닮긴 희미하게 하는 사랑과 삶의 생동은 책장을 덮은 후에도, 독자들의 마음에 깊이 남는다.

김유진 시인은 “말하고 싶었다/수많은 혀로 인해 시련이 왔지만/새는 내 말을 들어 주었다/새의 언어로 쓴 몇 마디 울음으로 회복되었다/새의 뜻대로 높은 풍경을 만들기로 했다/초승달이 허리를 굽히는 새벽하늘/예쁜 글들이 나의 글방으로 날아들었다.”라며 한 편의 시로서 작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도서출판 상상인 刊, 143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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