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2살에 시력 잃고 시각장애인 아버지와 살던 20대 청년, 심장·신장 3명에게 기증하고 하늘로

◇이동진 씨.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2살에 시력을 잃고 시각장애인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오며 언제나 밝은 미소로 주위를 따뜻하게 만들었던 20대 청년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선행을 베풀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5월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이동진(28) 씨가 심장과 양쪽 신장을 각각 3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17일 밝혔다.

이 씨는 어버이날 아버지와 식사를 마친 뒤 잠든 상태에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이 씨는 생후 9개월 무렵 안구에 암이 발견돼 4년간 항암치료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2살 때 시력을 잃었다.

오랜 치료로 유년기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이후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심장판막 수술 끝에 세상을 떠나며, 시각장애를 가진 아버지 이유성 씨가 홀로 아들을 키웠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이 씨는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사회복지사로 일했고, 아버지와 함께 안마사로도 일하며 생계를 꾸렸다.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복지사로서의 역할에 큰 보람을 느껴왔으며, 어린 시절부터 시력을 잃은 불편함에도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주변에 늘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했다는 것이 유족들의 전언이다.

유족들은 고인의 장기 기증을 결정하며 “마지막까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아버지 이유성 씨는 아들에게 “지금까지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엄마와 함께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라”며 눈물의 작별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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