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365일 애지중지 기른 벌통을 통째로 도둑맞으면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춘천에서 양봉업을 하는 김모(60)씨는 벌보다 벌통 도둑이 더 두렵다고 했다. 꿀벌 사육은 아카시아 등 밀원이 풍부한 산림 지역에 벌통을 옮겨 놓고 이뤄져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휑한 야지(野地)를 비출 CCTV를 설치하는 것도 농민 입장에서는 비용적으로 큰 부담인데, 그렇다고 해서 밤마다 양봉장을 지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씨는 “벌통 도난은 농촌에서 흔한 일”이라며 “인적이 드문 곳이다 보니 야간을 틈타 범행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춘천에서만 벌통 도난으로 인한 112 신고 접수 건수는 15건에 달했다. 같은해 6월 홍천에서는 60대 남성이 나무 벌통을 훔친 혐의로 붙잡히는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농민들의 걱정을 덜어줄 ‘스마트한’ 대책이 춘천에서 시작됐다.
16일 춘천시 동산면에서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벌통 도난 예방 스마트태그 시범 부착식’ 행사가 열렸다.
춘천시와 춘천경찰서가 협력해 마련한 이번 행사에서 육동한 춘천시장과 박상경 춘천경찰서장은 직접 벌통에 GPS 장치를 부착하며 시연을 선보였다.
스마트태그가 부착된 벌통은 실시간으로 정밀한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원거리에서도 실시간 위치 확인이 가능하고, 경고음을 울리는 기능도 있어 도난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다.
김재환 한국양봉협회 춘천시지부장은 “양봉 농가 농민들은 항상 벌통 도난에 대한 걱정을 안고 살아왔다”며 “GPS 태그가 널리 보급된다면 도난 사고 예방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육동한 시장은 “스마트태그 도입과 관련해 시 예산을 별도로 확보하겠다”며 “GPS를 원하는 양봉 농가에는 기기가 모두 보급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