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문해력이 초등학교 시기부터 중요한 이유

이경남 광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이경남 광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최근 언론에서 문해력이 중요하단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사흘’, ‘심심한’ 같은 단어를 몰라 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일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학업성취도평가,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도 읽기를 어려워하는 학생이 많아지고 있다는 걸 자주 접했을 것이다.

이러한 얘기를 들으면 문해력이 왜 중요하고, 또 왜 어려운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명쾌한 해답을 찾긴 어렵다. 문해력이라는 정의가 매우 광활하고 어려움의 원인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며, 글로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쉽게 말해,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다. 문해력은 ‘글’이라는 소통 도구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다.

문해력은 개인의 언어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는 게 있다. 문해력은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의사소통을 위한 중요한 능력이란 점이다. 아이의 학습을 위해서도,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문해력이 왜 아이들에게 중요한지 두 가지 측면에서 톺아보자. 첫째, 학습의 기초가 된다. 글을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면 지식을 쌓기 어렵고,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면 깊이 있는 이해도 어렵다.

문해력이 부족하면 글을 읽어도 무엇이 핵심인지 알기 어렵다. 공부해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반면 문해력이 우수한 학생은 중요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분하고, 중요한 내용을 자기 지식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를 새로운 학습에도 활용한다. 계속해서 수준 높은 이해가 가능하다. 이를 ‘매튜 효과’라고 부른다.

매튜 효과는 스타노비치라는 학자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그는 “많이 가진 자는 더 많이 갖게 되고,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잃게 된다”는 마태복음의 구절을 문해력과 연결했다. 읽기 능력이 우수한 학생은 더 잘 읽고, 그렇지 않은 아이는 읽기 능력을 잃어간다는 의미다. 이 말엔 초등학교 초기 문해력 발달의 중요성이 함축돼 있다. 따라서 초등 저학년 글자를 처음 배우면서부터 책을 읽고 소통하는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는 학생들의 학교 적응에도 영향을 준다.

둘째, 문해력은 학생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데 문해력이 중요하다. 문해력이 우수하면 책을 더 잘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며 생각도 깊어진다. 이 역시 앞서 말한 매튜 효과와 연결된다.

진정한 문해력은 생각의 깊이를 넓혀준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생 주도성’을 강조한다. OECD 연구에서도 2030년 학생의 행복을 위해 ‘주도성’을 제시했고, 그 핵심 능력이 바로 문해력이다. 문해력이 곧바로 주도성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문해력이 뛰어난 아이는 책을 많이 읽고, 우수한 주도성을 발휘한다. 책과 문해력, 아이는 서로 순환하는 관계다. 책이 아이들의 문해력을 키우고, 책이 주체적으로 성장하게 한다. 책은 다시 아이들의 넓은 시야를 이끈다.

풍요로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 능력이다. 어린 시절 양육자가 읽어주는 동화책과 그림책 속 다양한 인물은 아이의 공감 능력을 기르는 밑거름이다. 공감력이 우수한 아이들은 사회에서도 중요한 인재가 된다.

마지막으로 꼭 한 가지 당부하고 싶다. 문해력은 어린 시절부터 양육자가 책을 많이 읽어 주고, 아이도 스스로 많이 읽어야 발달한다. 문제 풀이나 논술로는 문해력이 좋아지지 않는다.

좋은 책을 힘들게, 열심히 읽어야 한다. 어려운 책에도 도전해야 한다. 책 읽기는 결코 편한 행위가 아니다. 그래서 문해력 발달이 어렵다.

우리의 읽기 능력은 2,000년 인류 역사를 통해 만들어졌는데, 아이들은 고작 2,000일 동안 그 능력을 완성하려 고군분투한다. 학부모가 옆에서 함께 읽고,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아이의 문해력이 발달한다. 문해력이 우수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어른으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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