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는 늘 바쁘다. 바쁜 게 지겨울 틈도 없이 또 바쁘다. 그런 일상에 숨이 찰 즈음, 농촌으로의 짧은 도피(?)는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사계절이 시간을 고르게 나누듯 농촌은 삶의 속도를 다시 조율해주는 곳이다. ‘농촌으로 여행 어때’라는 질문에 굳이 답을 찾을 필요는 없다. 스스로에게 “오늘 뭐 먹지”가 아니라, “오늘 뭐 심지”를 묻고 싶을 때 찾아야 하는 곳. 그곳이 바로 농촌이다. ▼고문헌 ‘택리지’에는 ‘풍수지탄(風水之嘆)’이라는 표현이 있다. 살기 좋은 곳은 바람과 물이 고르다. 그 기준으로 보면 횡성은 꽤 합격점이다. 횡성호와 호숫길의 수려한 풍광, 풍수원성당의 고즈넉함, 그리고 안흥찐빵마을처럼 사람 냄새 나는 골목까지. 무엇보다 KTX와 고속도로가 겹겹이 연결돼 있어 ‘멀지만 가까운’ 여행지라는 점에서 도시의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싶은 날이 있다. 숨이 차고, 마음은 지치고,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말이다. 이 순간 떠오르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다. 도시 생활에 지쳐 고향에 돌아온 주인공을 통해 일상을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의 가치를 전한다.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 대신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통해 삶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갓 뽑은 감자를 삶고 토마토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시간은 다시 본연의 맛을 찾는다. 횡성한우를 구우며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 그것이 진짜 힐링이다. 요란한 볼거리보다 진한 공기와 온기가 있는 곳, 이게 농촌이 가진 힘이다. ▼여행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감정의 환기다. 손에 닿을 듯 가까운 농촌은 그 환기를 위한 최적의 장소다. 매일매일 살아내느라 잊고 있던 감각, 무뎌진 마음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 일. 쉼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단출한 풍경 속에서 그저 조용히 흙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농촌으로 쉼 여행 어때’라는 물음에 답 대신 지금 횡성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