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특별자치도는 지형 특성상 급경사와 계곡이 많아 집중호우 때마다 수해를 겪는다. 하천보다 낮은 도로, 제방조차 없는 마을은 매년 여름 반복되는 재해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강원일보는 도내 상습 침수 지역을 찾아 현장을 살피고, 도민의 목소리를 연속해서 싣는다.
①홍천군 내촌면 화상대리
■반복되는 침수 올해도 걱정=홍천군 내촌면 화상대리 쌍둔지길 일대는 집중호우 시 하천의 범람으로 마을 전체가 고립될 위험에 놓인다. 17여가구·4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이 마을의 유일한 진·출입로가 하천 홍수위보다 낮은 탓에 폭우가 쏟아지면 그저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다.
김영덕 화상대1리 이장은 “마을이 매번 침수되면 제방이나 둑을 쌓든지, 교량을 건설해야 하는데 강원도나 지자체는 연락을 회피하기만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지난 2022년 강원도가 신규 교량 건설을 약속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교량은커녕 모래주머니조차 놓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1994년 쌍둔지길에 정착한 김모(54)씨는 “마을에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인데, 홍수때 건강 문제가 생기면 병원에 갈 방법조차 없다”며 “비만 오면 주민들 마음이 새카맣게 타들어간다”고 토로했다.
화상대리는 지난 2022년 8월, 388㎜의 폭우가 쏟아지자 20여 가구 주민 40여명이 나흘간 고립되기도 했다.

■1990년 준공 화상대교=쌍둔지길로 들어서는 유일한 길목에는 1990년 준공된 화상대교가 놓여 있다. 23일 확인한 이 대교는 심한 부식과 녹슬음이 눈에 띄었다. 많은 비가 내리면 오래된 이 다리조차 잠겨버려 마을 주민들의 발은 영락없이 묶여버린다.
34년째 이곳에 거주 중인 김옥순(79)씨는 “수년째 개선되지 않는 현실 탓에 장마철 비상식량을 쟁여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며 “마을이 잠기면 물이 빠지는 보름여동안 집에만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재해위험지구 선정…대비책 마련 나서나=강원도와 홍천군은 지난해 2월 내촌면 쌍둔지길 일대를 재해위험지구로 선정했다. 총 187억원을 투입해 내촌천에 둑마루를 쌓는 등 제방 사업을 펼쳐 고립 위험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안으로 실시 설계를 마치고, 오는 2026년 3월에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것이 현재 방침이다. 하지만 재해위험예방 기반시설 완공 예정일은 오는 2027년 12월이다. 앞으로 2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올해 집중호우가 발생한다면, 쌍둔지길 마을은 다시 고립될 수밖에 없다.
홍천군 관계자는 “상시 모니터링과 비상 근무 체계를 수립해 홍수 피해 예방에 나서겠다”며 “피해 발생 시 신속한 복구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