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우리 변하지 않고 숙성될 공간이 필요해요”

정중화 시인 ‘냉장고를 사야하는 이유’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중화 시인이 자신의 다섯 번째 시집 ‘냉장고를 사야하는 이유’를 펴냈다.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는 삶을 성찰하는 시로 18편, 가족사에 관한 시 18편, 그리고 자연 교감에 관한 시 16편과 현실 성찰에 관한 시 13편 등 총 65편이 수록됐다.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훅, 쳐들어오는 냉기/그래요 당신이나 우리/변하지 않고 숙성될/공간이 필요해요 지금 당장/냉장고를 사러 가요’(냉장고를 사야 하는 이유 中)

시집에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 감정과 일상의 흔들림, 그리고 이를 보듬으려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표제작인 ‘냉장고를 사야 하는 이유’에서는 냉장고라는 물리적 장치를 삶과 감정의 보존 공간에 빗대어 내면의 갈등, 기분, 불안, 숙성 등의 마음 작용과 의식 상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훅, 쳐들어오는 냉기’처럼 예기치 않게 밀려드는 감정을 통해, 쉽게 변하지 않는 관계의 온도를 사유한다.

‘고단한 오늘을 지우는/신발장의 나열/숨죽이고 사는 신발에게/내일이 있었던가…’(신발 中)

정 시인은 삶의 순간들을 정제된 언어로 포착하며 소양강, 의암호, 삼악산 케이블카처럼 춘천의 자연적 풍경뿐 아니라 냉장고, 텃밭, 오피스텔, 손수레 등 평범한 일상의 사물에까지 의미를 부여한다. 이를 통해 독자와의 감성적 연결을 꾀하고, 단조로움 속에서도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는 시인의 시선은 일상 속 사소한 풍경조차 시가 되는 순간으로 되살려낸다.

정중화 시인은 2003년 문학세계로 등단해 수향시낭송회장, 삼악시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시와소금刊. 141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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