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백산 눈축제는 태백시를 상징하는 축제다. 1994년 시작돼 올해로 32회를 맞았다. 32년이라는 긴 기간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것은 태백산 특유의 절경에 눈축제다운 눈축제를 만들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 태백산 눈축제 개막 첫날 언론은 대부분 ‘탄성이 절로’, ‘환상의 은빛 세상’ 등 눈축제에 감탄하는 관광객들의 반응을 기사 제목으로 달았다. 하지만 올해는 사뭇 달랐다. 개막과 함께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고 언론의 비판 기사들이 잇따랐다.
올해 눈축제의 가장 큰 변화는 명칭 변경과 눈조각 축소다. ‘제32회 태백산 눈축제’ 대신 ‘2025 태백 겨울 축제’로 명칭을 바꾸고 ‘제32회 태백산 눈축제’를 부제로 달았다. 그리고 눈조각을 대폭 줄였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태백시의 현실적인 고민이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적설량 감소다. 적정한 양의 눈 확보가 어려워지자 눈조각을 대폭 축소하고 눈을 대체하는 프로그램을 늘린 것이다.
이런 배경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눈축제의 본질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적설량 감소는 세계 3대 겨울 축제로 꼽히는 일본 삿포로 눈축제, 중국 하얼빈 국제빙설제 등도 고민하는 문제다.
하지만 태백시는 눈조각을 지난해 39개에서 12개로 대폭 축소했다. 눈조각은 눈축제의 핵심콘텐츠다. 태백산 눈축제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것도 눈조각 때문이다. 2006년 킹콩, 2009년 광화문, 2013년 싸이 등 눈조각은 당시 관광객들의 큰 인기를 끌었다.
눈조각의 수만 감소한 것이 아니라 규모와 정교함에서 예년보다 크게 떨어졌고 이글루카페, 얼음 썰매 등 태백산 눈축제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사라졌다.
상황이 이러니 불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고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축제콘텐츠연구소의 평가용역보고서가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한 문제점이 20여 가지에 이른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준비, 운영 등 전반에 걸쳐 철저하게 따지고 확실하게 개선해야 한다. 가장 기본이고 핵심적인 세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눈축제의 정체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 눈축제를 찾는 관광객들은 겨울왕국을 기대한다. 그 기대와 상상을 그 이상으로 충족시켜야 한다. 인공설을 대폭 늘려야 한다. 예산이 더 들더라도 눈천지를 만들어야 한다. 무릎까지 덮이는 정도의 눈이라면 더 좋겠지만 최소한 맨바닥을 보여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눈조각의 규모와 수준을 예년보다 한층 높여야 한다. 세계 전문가들의 눈조각 경연대회를 다시 살리고 일반인과 가족 단위의 눈조각 경연대회 등으로 관심을 끌어야 한다. 아울러 밤에도 아름다운 눈 조각을 감상할 수 있도록 야간 경관 조성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둘째, 지역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 하늘전망대, 태백석탄박물관 등 태백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관광 상품도 개발해야 한다. 인접한 지역과 연대하여 관광 통합패스 같은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셋째, 홍보 및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눈축제 홍보비는 약 8,000만원으로 전체 예산 13억2,400만원의 6.1%이다. 중국 하얼빈 국제빙설축제 20~30%, 일본 삿포로 눈축제 15~25%에 비하면 너무 적다.
태백산 눈축제를 단순한 겨울 행사로만 보지 말고 플랫폼으로 보는 발상이 필요하다. 눈축제를 태백시의 관광, 지역경제, 문화를 발전시키는 핵심 플랫폼으로 삼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획, 시스템, 콘텐츠, 운영, 홍보 등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