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원주소재 대학들과의 산·학·연 협의체

한종현 (재)원주의료기기산업진흥원장

강원특별자치도 원주는 1998년부터 의료기기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특화 전략을 펼쳐왔다. 첨단의료기기테크노타워와 첨단의료기기벤처센터,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 등 혁신지원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오며 현재는 200여개가 넘는 의료기기 관련 기업이 밀집한 전국 최대 수준의 집적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국산 의료기기의 10% 이상이 원주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재활·진단·치료기기에서부터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은 차세대 의료기기 영역까지 포트폴리오도 다양하다. 2023년 기준, 원주의 의료기기 수출은 8,000억여원을 기록하며 지역 경제는 물론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위상을 쌓고 있다.

하지만 원주의 의료기기 산업이 현재의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연구 인프라 확보, 고급인력 양성, 기술사업화 촉진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원주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은 단지 물리적 집적이나 기업 수 증가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현장에서는 한계점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연구개발(R&D) 역량의 한계다. 다수의 기업이 중소규모로 구성돼 있어 자체적인 연구개발 인프라나 고급 연구인력 확보가 어렵다.

둘째, 임상 및 인허가 연계 인프라 부족이다. 원주지역 내에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 지역거점의 상급종합병원 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규모 병원이나 종합임상시험센터가 없다 보니 수도권으로의 의존도가 높다.

셋째, 우수 인재의 이탈이다. 지역 내 의료공학, 바이오, ICT 등 전문 인재 확보와 유지가 어렵고, 산학 간 기술 수요 매칭에도 한계가 있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한 제조 중심 산업 구조로는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며, 새로운 형태의 지역 혁신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원주의료기기산업진흥원과 원주 소재 대학과 함께하는 '산·학·연 R&D 협의체'의 출범이 주목된다. 협의체는 산·학 간의 전략적 연계를 통해 지역 의료기기산업의 고도화를 견인하기 위한 모델로 추진된다.

우선 'R&D 공동 기획 및 연구 거점화'다. 대학들과의 의공학, 바이오헬스, ICT 전공 교수진과 기타 관련 교수들과의 기타 관련 교수들과의 원주 첨단의료기기 클러스터 내 의료기기 기업 간의 연구 협업을 유도한다. 특히 기업 주도형 연구개발과 대학 기반 기초연구 간의 연계를 통해 고위험·고기술 분야에 대한 공동 대응이 가능해진다.

다음으로 '인재 양성 및 채용 연계 프로그램'이다. 대학들과의 기존의 의공학, 생명과학기술학과를 중심으로 맞춤형 융합 전공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 수요에 맞는 고급인력을 양성한다. 원주의료기기산업진흥원은 졸업생 대상 인턴십, 산학 프로젝트, 취업 매칭을 지원함으로써 인재의 지역 정착을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기술사업화 및 실증 지원 플랫폼 구축'을 들 수 있다. 원주의료기기산업진흥원은 보유한 시험평가 장비와 인증 인프라를 공유하고 대학들은 초기 기술개발 및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기술의 조기 상용화, 실증, 인허가 연계까지 원-스톱(One-Stop_ 협력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이러한 모델은 수도권 집중형 바이오헬스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지방분권형 혁신거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점이 된다.

원주에서 시작된 산·학·연 R&D 협의체는 그러한 가능성의 첫걸음이다. 앞으로 이 협의체가 단순한 협력 수준을 넘어서, 정책과 제도, 교육과 산업, 지역과 글로벌을 잇는 의료기기 혁신 플랫폼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지역과 대학, 기업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미래. 그것이 바로 원주가 의료기기 수도로 거듭나는 길이다. 또 대한민국 의료기기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지선 1년 앞으로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