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태평양전쟁 강제동원 피해희생자 뜻 세상에 알려진다

강제 동원 피해자 사료 5,537점…부산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전시
“일본의 전쟁범죄로 피해 입은 희생자들 명예 하루빨리 회복 되었으면”

◇홍영숙 태평양전쟁 한국인희생자유족회장. 사진=연합뉴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희생됐지만 역사에서 이름조차 지워졌던 조선인 희생자들이 80여년 만에 국립 역사관에 이름을 올린다.

태평양전쟁 한국인희생자유족회에 따르면 故권오설(동해·1943년 사망)씨는 1943년 대동아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일본 마사키의 한 땅콩기름 공장으로 강제 징용됐다. 사랑하는 처와 결혼식을 올린 지 이틀 만에 끌려간 그는 하루 12시간씩 중노동에 시달리며 콩깻묵밥으로 생을 연명했다. 권 씨는 “인간 이하의 환경에서 중노동을 시켜놓고 개인에 대한 사죄도, 배상도 없이 외면한 처사는 천벌받아 마땅하다”고 생전에 고통을 토로했다.

슬하 4남1녀를 둔 27세의 가장이었던 故편춘식(양구·1952년 사망)씨는 1942년 징용 영장을 받고 일본 홋카이도 탄광에 투입됐다. 3년 넘게 구타와 악몽에 시달렸고, 배고픔을 참지 못해 몰래 고구마를 캐먹은 일도 있었다. 그는 해방 뒤 진폐 후유증 등으로 고통 받다 37세에 생을 마감했다.

개인의 아픔으로만 남겨졌던 강제동원의 상처는 태평양전쟁 한국인희생자유족회의 오랜 노력 끝에 이제 역사로 조명 받게 됐다.

유족회는 故김경석 전 태평양전쟁 한국인희생자유족회장이 1990년부터 그가 별세한 2006년까지 17년간 수집한 사료를 지난해 5월 부산의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기증했다. 1년여간 전문가의 심의를 끝마친 5,537점의 사료는 오는 19일께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태평양전쟁 한국인희생자유족회는 1990년 설립돼 30여년간 일본 후지코시사 소송 등을 승리로 이끌며 한국인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에 앞장서 왔다. 일본에서 숨진 희생자 513명의 유해를 국내로 옮긴 것도 유족회의 힘이었다.

홍영숙 현 태평양전쟁 한국인희생자유족회장은 “대한민국이 식민지배를 받던 시절, 일본에 끌려가 피해를 입은 기록들을 모두 모았다”며 “조선이라는 나라를 빼앗기고 조선인의 몸으로 전쟁터에 끌려간 이들의 노여움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전쟁범죄로 피해를 입은 희생자들의 명예가 하루빨리 회복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홍영숙 태평양전쟁 한국인희생자유족회장이 태평양전쟁 강제 동원 피해자 관련 사료를 부산에 위치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기증하고 있는 모습. 전문가의 심의를 끝마친 사료 5,537점은 오는 19일께 역사관에 전시된다. 사진=강원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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