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헌장 1조, 청소년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펼칠 권리를 가진다”
고성 출신 김개영 소설가가 장편소설 ‘열여덟의 해방일지’를 펴냈다.
책은 2002년 속초, 비평준화가 유지되고 있는 명문 사립 영랑고에서 문학에 대한 열망을 지켜낸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채동윤, 뽀다구, 재호, 유라, 나래는 해체된 시 동아리 ‘바람소리’를 재건하려 하지만 이사장을 등에 업은 학생부장 선생님의 방해로 갈등을 겪는다. 문학동아리 활동조차 금지된 억압적인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치열한 저항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인식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게 된다.
윤동주를 뮤즈 삼아 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동윤의 모습은 최북단 고성의 헌책방에서 우연히 윤동주 시집을 읽고 시인의 꿈을 꿨던 김 작가의 경험과도 닮아 있다. 문학을 통해 자아를 찾고 사회에 저항하는 동윤의 여정은 결국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연대를 통해 완성된다. 작품은 ‘밖에서 알을 깨주는 어른’의 존재를 시사한다. 해체된 동아리의 선배이자 시인으로 등장하는 이영우는 주인공들에게 더 넓은 시각을 열어주는 조력자로, 독자들에게 현대 사회에 이영우와 같은 어른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소설은 속초 지역 청소년 문학단체 ‘바람소리’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청호동, 아바이마을, 영랑호, 설악산, 울산바위 등 소설 곳곳에서 지역성을 드러내고 실제 고교생들의 시 작품을 수록해 서정성을 더했다. 특히 청소년기의 연대와 우정, 문학을 통한 성장은 오늘날 교육 현장의 차별과 혐오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한편 김개영 작가는 199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현재 목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2022년 제1회 여순10·19 평화·인권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