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의 단일화를 둘러싸고 김 후보와 당 지도부가 정면충돌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당의 지원을 등에 업고 후보로 선출된 김 후보가 '당무 우선권'을 앞세워 단일화 속도조절에 나서자, 강원 국회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지도부, 중진의원들이 공개 반발했다.
앞서 김문수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3일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수락 연설에서도 "민주당 이재명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라면 어떤 세력과도 강력한 연대를 구축하겠다"며 '반명(반이재명) 빅텐트' 전략을 본격화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후 한덕수 예비후보와 실무 협의조차 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당내에서는 조기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권성동(강릉)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의원총회를 통해 "시간이 많지 않다. 12일이면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다"며 "빅텐트에 동의하는 후보들부터 먼저 단일화를 이루고, 점차 세력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기호(춘천-철원-화천-양구을) 의원을 비롯한 당내 4선 의원들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등록 마감일인 11일 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철규(동해-태백-삼척-정선)·이양수(속초-인제-고성-양양) 의원 등 3선 의원들도 성명을 통해 "후보 단일화 없이는 대선 승리도 없다"며 "나를 내려놓고 우리를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김 후보 측에서는 단일화 마지노선을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25일까지 거론하고 있다. 특히 김 후보가 주도권을 갖고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는 6일 경북 경주시에서 유세 일정을 소화하던 중 "당 지도부가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저를 강제로 끌어내리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유세 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또 "단일화에 대한 일관된 의지도 분명하게 보여드렸고 지금도 단일화에 대해 한결같은 마음"이라며 "하지만 당이 대선 후보에 대한 지원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권영세 비대위원장 등 지도부는 이날 김문수 후보와 직접 만나 단일화 일정 등을 협의하겠다며 김 후보가 있는 대구로 향하기도 했지만, 김 후보가 '대선 일정 중단'을 선언하고 서울로 향하면서 대구 회동은 불발됐다.
한편, 국민의힘은 10~11일 중 하루를 전당대회 소집일로 공고, 사실상 단일화 시한을 못 박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