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장이 춘천시 소유의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도민구단 강원FC의 K리그1 홈경기에 출입을 금지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3일 경기 시작 직전, 김병지 대표이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 철거가 지연됐다는 이유로 강원FC가 시청에 배포된 출입 비표를 회수하고 육동한 시장을 포함한 시 관계자들의 입장을 제한한 것이다. 도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단이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조차 경기장에서 사실상 내쫓은 모양새에 지역사회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출입 통제를 넘어 구단이 공공성과 책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ACLE(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라는 대회에 처음 진출한 도민구단이 지역 결속과 협력보다는 불필요한 갈등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 속에, “이러려고 ACLE 진출했나”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사건의 배경에는 ACLE 홈경기 유치를 둘러싼 구단과 춘천시 간의 갈등이 깊이 얽혀 있다. 강릉 개최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산되자, 강원FC는 뒤늦게 춘천시에 대회 유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춘천시는 이미 지난해 ACL 개최 제안을 구단 측이 거부한 전례가 있는 데다, 이번 시즌 K리그1 하반기 홈경기를 춘천에서 치르지 않겠다는 구단 입장에 따라 대회 유치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ACLE 경기 개최 지원금 예산 등은 편성되지 않았고 경기장 시설 개선 또한 하반기에 집행하기로 하면서 당장 유치 여건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김병지 대표이사는 기자회견에서 “강릉은 요청하면 지원하지만, 춘천은 이유부터 묻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는 지역 공직자들과 시민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춘천시는 올해만 가변석 설치와 조명탑 정비 등 30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경기장 환경을 개선했거나 할 예정이고 홈경기당 8,000만원의 운영 지원도 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구단은 현수막 철거가 늦었다는 이유로 시설 책임 행정기관의 장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구단 측은 “비표 반납 요구일 뿐 출입 금지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이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강원FC의 ACL 출전은 분명한 성과이며 도민의 자긍심이 될 수 있는 기회다. 강원FC는 이제라도 갈등을 봉합하고 도민과의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경기 승리뿐 아니라 구단이 도민과 소통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공공 자산으로 거듭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