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12일 인제 자작나무숲에서 생명의 숲과 유한킴벌리가 주최한 ‘신혼부부 나무심기’ 행사를 찾았다. 3월 영남 산불의 쓰라린 아픔을 나누고, 우리 산에 희망과 미래를 심기 위해 참여했다는 100여 쌍의 신혼부부들이 그렇게나 예뻐 보일 수 없었다. 이들이 심은 나무가 잘 자라도록 소중히 가꾸고, 산불 같은 재난으로부터 보호해서 나무를 심은 신혼부부가 자녀들과 함께 다시 찾는 숲이 되길 바라 본다.
숲은 인제 자작나무숲처럼 좋은 풍치와 경관으로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끄는가 하면, 우리에게 목재를 주기도 하고, 숲을 찾는 이에게 휴양과 치유를, 야생동물에게는 터를 제공하기도 한다. 숲이 주는 다양한 혜택만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숲을 관리하는 방식에 대한 목소리가 다르기도 하다. 우악스럽던 산불이 지나간 뒤 너도나도 숲 관리에 대해 이야기를 터뜨리고 있다.
무언가를 관리 한다는 것은 그만큼 들락날락하면서 자주 보고 살펴야 한다는 거다. 우리나라는 경사가 급하고 험한 산이 많다. 그렇기에 ‘숲을 관리함’에 있어서 접근할 수 있는 길은 필수적이다. 우리의 임도 밀도는 4.3m/㏊로 일본(24.1m/㏊), 독일(54.0m/㏊) 등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숲의 건강한 관리와 보전, 안전(험한 경사지에서 이뤄지는 임업은 전 세계적으로 재해율이 높다)하고 효율적인 산림사업을 위해서도 임도가 필요하다.
임도는 저 멀리 바라만 보는 산이 아니라, 트레킹이나 산악마라톤처럼 우리가 직접 들어가 즐기고 탐험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산불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방차가 오면 막혔던 길도 열어주는 것처럼 재난 대응에 있어서 접근성은 매우 중요하다. 산불 대응 시 임도 유무에 따른 산불 진화 효율의 비교 수치는 굳이 대지 않아도, 임도의 역할(방화선, 인력·장비 투입 통로, 야간 진화 등)을 고려했을 때 상식적으로 임도가 있는 것이 산불 대응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숲에 나무를 심고 나면, 여린 묘목이 풀에 치이지 않게 풀을 베 주고, 어린나무는 가지를 다듬거나 솎아내 주고, 나무끼리 경쟁을 방지해 나무들이 양분과 햇볕을 충분히 흡수하도록 공간을 벌려주는 숲가꾸기가 필요하다. 나무가 건강하고 우량하게 자라고, 큰 나무 아래 키 작은 나무들도 잘 자라게 해 숲의 좋은 기능이 최적으로 발휘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관리되지 않은 숲은 삐쩍 마른 나무들이 즐비하게 서 있고 가지가 엉겨 있는 곳엔 빛도 들지 않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여러 가지 병해충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모습을 보고, 숲가꾸기를 했더라면, 조금이라도 터진 공간을 만들었더라면 이렇게까지 처참하진 않았으리라 한동안 마음이 쓰였다. 영남지역 산불에서 그대로 방치된 1m가 넘게 쌓인 낙엽층이나 너무 빽빽해 금방 연료가 되어버린 숲의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숲의 다양한 가치를 무 자르듯 재단할 수는 없다. 관리 방식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면, 역사적·문화적·생태적으로 보존할 숲에 대해서는 개인의 산이라도 보호할 곳으로 정해 엄격한 규제와 단속을 하고, 목재 산업이나 임업인 소득, 문화재 보수용 목재 공급에 기여하는 경제림에서는 보속수확이 가능하도록 벌채하고, 다시 심는 순환경영을 실행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숲의 관리는 크게는 산지의 구획(zoning)관리부터 작게는 여린 묘목이 잘 자랄 수 있게 덩굴을 제거해 주는 배려까지 아우른다.
민둥산이었던 우리 국토를 빠르게 푸르게 바꾸는 게 최대 과제였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푸르러진 숲을 어떻게 관리(물론 보존도 포함)하고 활용할 지에 대해 더 이야기해 나가야 한다. 우려되거나 보완할 부분에 대한 기술 개발, 친환경적 방식의 접목, 숲의 다양한 가치 보존을 위한 과감한 투자 등이 더 논의돼야 할 것이다. 숲가꾸기나 임도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부터 하고 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은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