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강원형 국제학교, 방향부터 제대로

박길선 강원자치도의원

‘비싼 학비’, ‘귀족학교’ 등으로 대표되는 국제학교의 이미지는 대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러나 부정적인 포장지를 걷어내고 본질을 살펴보면 국제학교는 학생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지역 경제 부양에도 큰 역할을 하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교육기관이다.우리 강원특별자치도에서도 국제학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하고 지역 교육 역량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기대가 크다. 그러나 기존 국내 사례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면밀히 짚어서, 비슷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현재 우리나라의 국제학교는 제주 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와 인천 송도의 국제학교가 대표적이다. 국제학교는 국내에서도 해외 유학에 버금가는 글로벌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고 해외 명문대 진

학률 상승, 지역 경제효과 등의 뚜렷한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가장 큰 문제는 운영 구조에 있다. 외국학교법인이나 외국인투자기업이 설립한 국제학교의 경우 수익 중심의 운영이 고착화되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거나 재정난으로 학교 운영 자체가 흔들린 경우가 있었다. 제주도에서는 제주도교육청이 제주 국제학교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갖지 않아 각종 법적 분쟁이나 운영상 문제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교육과정 측면에서도 외국 교과 중심의 운영이 지역 학교 및 교육 생태계와 단절된 채 별도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 국제학교가 고립된 구조로 운영되면 지역 교육과의 연결성은 약해지고 지역 주민과의 정서적 거리도 벌어질 수 있다.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과도한 학비 부담 역시 부담스러운 문제이다. 일부 국제학교는 연간 등록금이 3천만 원을 넘기며, 중산층 이하 가정에서는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이러한 한계를 피하면서 강원도 상황에 적합한 국제학교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적·제도적 근거가 튼튼해야 한다. 제주도의 경우 제주특별법의 조문에 영어교육도시 지정(제221조)과 국제학교 설립(제223조) 권한이 명시되어 있다. 반면 강원도의 국제

학교는 아직 명문화되지 못했고, 국제학교 설립 근거 조문이 포함된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은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교육 접근성을 보장하고 지역 교육 생태계와 상생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다양한 계층의 학생들이 국제학교 교육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장학제도나 공적 지원 방안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지역 연계·특화 커리큘럼 등 강원도의 자연·문화 자원을 활용한 교육 콘텐츠 개발도 필요하다. 지역 내 교육기관 및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국제학교가 지역 전체 교육 수준 향상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국제학교가 사교육 시장의 연장선이 아닌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갖춘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학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장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가정의 소득 수준보다는, 역량과 의지를 갖춘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국제학교를 꿈꿀 수 있어야 진정한 교육 다양성과 형평성이 구현될 수 있다.국제학교는 단순히 외국어로 수업하는 학교가 아니다. 학생들에게 세계를 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동시에 지역 교육의 다양성과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강원형 국제학교는 강원도만의 여건과 가치, 지역 주

민들의 기대를 담아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누구를 위한 학교인지, 어떤 방식으로 지역에 스며들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숙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교육 현장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강원다운 국제학교를 함께 설계해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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