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 늦은 봄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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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서울주재 기자

강원도의 봄은 조금 늦다. 춘천 부귀리의 벚꽃은 지난 19일에서야 흐드러졌다. 최근 찾았던 전남 여수는 지난 4일에도 동백꽃과 벚꽃이 눈부셨는데 말이다.

봄이 짙어지는 사이, 대통령 선거까지 남은 시간은 39일. 곧 새로운 이름 하나가 대통령이라는 호칭 앞에 붙는다. 각 당은 대선 후보를 가리기 위한 경선 일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토론회, 합동연설회, 각종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있다. 말들이 쏟아진다.

그럼 지금 이 시점에 강원도는 대선 후보들 입에 얼마나 오르내리는가. 최근 강원 발전을 위한 공약을 성의 있게 내놓은 후보도 있었고, 몇 가지 공약이나마 내세운 후보도 있다.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에선 ‘강원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풍부한 공약’이라는 평이 나왔는가 하면, 어떤 이는 현 도정의 숙원사업을 적어 넣은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했다. 아직 경선이 한창인 정당 후보들 가운데에는 강원 공약을 밝히지 않은 경우도 여럿이다. 공약 하나로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는 건 알지만, 약속조차 없다면 지키려는 시작조차 없다는 뜻이기에, 강원도 발전을 위한 책임 있는 구상을 기다리게 된다.

정치부 기자로서 대통령 선거는 처음이다. 갑작스럽게 맞이한 대선판에서 강원도는 중심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체감한다. 물론 국회의원을 비롯한 강원 지역 정치인들이 후보 캠프 안팎에서 지원에 나서고 있고, 도내 정당과 지자체도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할 공약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음을 안다. 그럼에도 후보들이 강원도는 한 번도 찾지 않은 채 타 지역을 찾아 지역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면, 꺼내고 싶지 않았던 ‘소외’라는 단어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각 후보 캠프에 강원 방문 일정과 강원 공약을 물을 때마다 ‘없다’, ‘나중에’, ‘아직은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올 때면, 이 땅은 우선순위로 삼지 않겠다는 말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순회 경선에서 수도권과 묶여 합동연설회를 치르는 모습이 과연 짧은 선거 일정 때문일까 생각하게 된다.

강원자치도에는 ‘안보를 위한 각종 규제’, ‘폐광지 대체산업 육성’,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 ‘강원특별법 특례 확대’ 같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버겁고 무겁지만 꼭 풀어야 하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어려운 일이지만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다. 강원도에 대한 이해와 구체적인 구상이 없는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그저 말로만 그치는 인물이라면, ‘강원도의 봄’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늦는다고 봄을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늦는 만큼 더 오랫동안 준비하고, 더 빨리 오라고 목소리를 내며, 또 기대하고 있다. 그러니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는 강원도를 더 긴장하며 대해야 한다. 전국을 모두 돌고 남는 시간에 끼워 넣는 행선지로 치부해선 안 된다. 수도권을 공략하는 공약을 발표하며 끄트머리에 형식적으로 강원 공약을 끼워 넣는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 오랫동안 봄을 준비하고 있는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지역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천천히 오는 계절이 오래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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