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후평초 씨름부, 모래판 제패 꿈꾸는 천하장사들

[엘리트 스포츠 팀 탐방] (5) 후평초교 씨름부
도대표 2명 배출… 전국소년체전 5월24일 출전
“성적보다 재미가 먼저”… 장희찬 지도자의 철학

◇후평초교 씨름부 선수단. 사진=이동수 기자

“씨름이요? 그냥 계속하고 싶어요. 너무 재밌어요!”

몽골 출신의 씨름부 막내 후슬랭(4년)군의 말처럼, 후평초교 씨름장에는 오늘도 웃음과 열정이 가득하다. 춘천을 대표하는 씨름 명문 후평초 씨름부는 올해도 전국소년체전에 출전할 강원도 대표 2명을 배출하며 전통의 저력을 증명했다.

1980년대 창단된 후평초 씨름부는 수많은 유망주를 배출해온 강원 씨름의 산실이다. 지난해부터 팀을 맡고 있는 장희찬 감독은 후평초 씨름부 출신으로, 15년 전 이곳에서 씨름을 시작했다. “성적보다 중요한 건 흥미다. 아이들이 씨름을 즐기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도자로서의 그의 철학은 선수들의 태도와 분위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아이들의 흥미를 돋구기 위해 미니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동수 기자

후평초 씨름부는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매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진행되는 훈련은 스트레칭과 유연성 키우기에 이어 기술 연습과 실전 시합으로 이어진다. 중심 잡기와 순발력을 중시하는 장 감독은 토끼뜀, 오리걸음, 닭싸움 등의 재미있는 훈련을 접목시켜 아이들의 흥미 유발과 결과를 모두 이끌어내고 있다.

올해 강원도 대표로 선발된 전유찬(6학년·역사급)군과 이준서(6학년·소장급)군은 오는 5월24일 개막할 전국소년체전 출전을 앞두고 있다. 전유찬군은 “도 대표 선발 마지막 경기에서 1등을 했을 때가 가장 기뻤다. 전국소년체전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팀의 중심은 단연 주장 이윤수(6학년·경장급)군이다. “체력 훈련은 힘들지만, 대회에 나가 친구들과 함께 힘을 합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하는 그는 씨름을 '열정'이라 표현한다. 형과 아버지도 씨름 선수 출신으로, 후평중과 용인고를 거친 씨름 가족의 계보를 잇고 있다.

◇실전 훈련을 통해 경기 감각을 익히고 있다. 사진=이동수 기자

후평초는 매년 교내 행사인 ‘씨름왕 선발대회’ 등을 통해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하고 있다. 4학년 후슬랭군은 지난해 체육교사의 추천으로 씨름에 입문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태어나 춘천으로 이주한 후슬랭군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씨름을 시작하면서 친구도 많아지고, 학교생활이 더 즐거워졌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처럼 씨름을 매개로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은 후평중–춘천기계공고–한림대로 이어지는 씨름 계열화를 통해 꿈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 내에서 씨름을 초·중·고·대까지 이어나갈 수 있는 체계는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강점이다.

장희찬 감독은 “성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씨름을 즐겼으면 한다”며 “아이들이 초교시절 씨름에 대한 좋은 기억을 통해 계속해서 씨름 선수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후평초 씨름장에서는 작은 장사들이 묵묵히 땀을 흘리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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