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월요칼럼]청년농업인에게 꿈과 비전을

김종화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우리 강원특별자치도의 농가인구는 14만명 가량이고 이중 청년이라고 할 수 있는 만 20세에서 39세까지 농업인 수는 9,400명으로, 도 농가인구의 6.7% 수준이다. 반면, 고령층이라고 할 수 있는 만 65세 이상은 7만2,000명으로 전체의 51.4%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구조로는 앞으로 10, 20년 후 영농활동을 하는 농업인도, 농촌에 거주하는 주민도 모두 사라지는 ‘농촌소멸’이라는 위기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정부와 강원도에서는 청년농업인 영농지원, 후계농업 경영인 육성, 농촌활력 프로젝트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청년들의 영농활동과 안정적인 농촌 정착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도내 청년농업인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그 비중도 2020년 9.2%에서 2023년 6.7%로 2.5%포인트 줄었다.

그럼,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정책지원에도 청년들은 왜 농업에 그다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아직 농업에서 꿈과 비전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농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보면, 대부분 농업이 미래의 블루오션이고, 미래의 유망 분야라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뛰어들어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만들기에는 아직 용기와 실력이 충분하지 않다. 특히 ‘청년창업농’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영농창업에 도전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대부분 실제로 영농활동이나 농촌 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무엇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청년들도 있을 법하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에서 청년들에게 영농자금 지원과 정책자금 대출 등 재정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더라도, 청년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벽은 클 수밖에 없다. 청년들은 아직 농업·농촌 분야에 뛰어들기 위해서 스스로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주변에서 도와주어야 하는 것도 많다. 하지만, 최근 지역 원예 전문가와 청년농, 그리고 농대 학생들 간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청년들에게 농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영농기술을 전수해 준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지역 농업인을 위해 자신이 개발한 멜론 재배기술을 전수해 주는 전문가가 지역의 청년농과 함께 농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학생들에게 농업에 대한 비전과 전문적인 지식·기술을 함께 전수해 주고 있다. 그 전문가는 우리나라 최고의 멜론 권위자로서 바쁜 와중에 매주 학생들을 지도해 주고, 청년농은 전문가로부터 멜론 관련 지식과 기술을 배우면서 학생들을 함께 지도하는 멘토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또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멜론재배동아리(원예당)를 조직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부 학생들은 미래 영농창업에 도전하기 위하여 준비하고 있다. 이 사례에서는 크게 두 개의 시사점을 갖고 있다. 하나는 실무형 멘토의 중요성이다. 단지 영농기술을 전수하는 멘토가 아닌 농업 분야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지도해 줄 수 있는 멘토를 만나 학생들이 영농창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이 아닌 실무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아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영농창업에서의 지역 산·학의 중요성이다. 학생들이 실무 전문가에게 영농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지역대학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 지역대학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농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가와 청년농, 학생들을 연결해 주는 가교역할을 해주었다. 올 봄을 맞이하여 멜론재배동아리 학생들은 새롭게 멜론을 재배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스스로 영농창업의 꿈을 꾸고 있다. 이를 통하여 청년농업인을 위한 정책이 재정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농업에서 꿈꿀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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