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한국 민주주의가 세운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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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원 평창주재 부국장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을 선고받았다.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이는 한 개인의 정치적 몰락을 넘어, 권력과 법치주의의 균열을 국민의 손으로 되돌린 역사적 순간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주의자’를 자처하며 권력의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그가 쌓아올린 권력은 자신과 가족을 방어하는 데 집중됐다. 법은 그의 눈앞에서 무력화됐고, 공권력은 진실을 가리는 도구로 반복 활용됐다. 헌재의 결정은 그 모든 과정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

외신도 이 사태에 일제히 주목했다. AP, 로이터, AFP, NYT, 워싱턴포스트 등은 ‘한국 민주주의의 분기점’이라며 보도했고, 윤 전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한 점이 명확히 지적됐다. BBC는 파면 선고 직전의 거리 풍경과 긴장된 시위를 전하며 "기쁨과 슬픔의 눈물이 교차했다"고 묘사했다. 수천 명의 경찰이 배치된 헌재 주변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파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대통령’이라는 울타리 없이 법의 심판대에 서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국회 봉쇄와 체포조 운용, 부정선거 음모론 등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사실 관계들을 대부분 인정하면서 앞으로 남은 형사재판에서도 영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디올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재수사 여부와 삼부토건 연루의혹,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등의 의혹 수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여사 수사는 곧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김 여사를 서울중앙지검으로 불러 ‘명태균 게이트’에서 불거진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부터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귀한 이를 편들지 않는다는 말처럼, 대한민국은 그 원칙을 되새겼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며, 권력자라 해서 예외가 되어선 안 된다. 이번 파면은 그 사실을 가장 극적으로 증명한 사례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남은 길은 단 하나다. 모든 진실을 밝히고, 법의 심판에 응하는 것. 대통령의 권위가 사라진 지금, 그는 더 이상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책임을 지는 것, 그것이 지금 그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도리다.

민주주의는 완전하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은 헌정 질서 회복이었지만, 나라 안팎은 여전히 깊은 갈등 속에 있다. 광장은 다시 둘로 갈렸고, 증오와 분노가 거리를 메운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큰 일을 겪은 대한민국이지만 아직도 해결해야할 일이 수십수천가지다.

대통령 탄핵정국속에 역사상 최악의 산불과 항공기 사고를 겪었고, 핵심 동맹인 미국으로부터는 25%의 관세를 얻어맞았다. 앞으로 기후위기는 물론 무역전쟁속에 대한민국은 바람 앞에 촛불이 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속에 분열을 끝낼 방법은 없는가?

첫째 이번 파면을 정치가 아닌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탄핵은 정당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자기 치유다. 둘째, 차기 지도자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상대 진영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품이 필요한 때다.

셋째, 정치권은 반성과 책임의 자세로 나서야 한다. 패배를 부정하고, 국민 판단을 외면하는 순간, 분열은 영속된다. 언론과 시민사회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혐오를 키우는 말이 아니라, 치유의 언어를 확산시켜야 한다.

민주주의는 갈등을 없애는 제도가 아니라, 갈등을 다루는 법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 진짜 역량을 시험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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