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고립의 시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홍천군 서석면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장용일(57)씨는 마을의 75세 이상 독거 노인을 위해 매월 생일 케이크를 기부한다. 올해로 7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는 “대단한 일도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서석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미역, 소고기, 과일과 함께 전달하는 장씨의 케이크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홀로 어렵게 사는 어르신들께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홍천군 화촌면 내삼포리 주민들은 매월 자발적으로 1,000원씩 기부한다. 이를 모아 독거 노인, 저소득층 1인 가구를 방문해 두유, 휴지 등 생필품을 사서 전달한다. ‘월 천원 나눔 운동’은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2년부터 시작됐다.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응원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전체 인구의 33.6%가 65세 이상 노인인 홍천군은 전국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최후의 적은 ‘사회적 고립’이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시대는 지났고, 홀로 남은 노인을 돌보는 주체는 이제 마을이 됐다. 경제적, 의료적 어려움보다 더 돌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외로운 마음’이다. 영국의 경제 석학인 노리나 허츠는 그의 저서 ‘고립의 시대’에서 외로움의 다양한 형태를 분석했다. 고령화뿐만 아니라 세계화로 촉발된 양극화와 각자도생,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은 개인들로 하여금 외로움, 단절, 배제,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스마트폰도 우리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어 공감 능력을 심각하게 퇴행시킨다. 외로움은 정치적 극단주의를 키우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사회적 고립은 독거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20~50대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도 해당될 수 있다. 노리나 허츠는 고립의 시대 대안으로 공동체 경험을 꼽았다. 면 대 면으로 반복적으로 교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공주택, 도서관 등 도시의 인프라는 만남을 만드는 공간이어야 한다. 소속감, 유대감, 연결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 고립의 시대 과제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