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80년대 강원도의 봄은 흙먼지와 땀 냄새로 가득했다. 삽을 든 학생들, 묘목을 든 공무원들, 줄지어 산을 오르는 마을 주민들. 식목일이면 마을 전체가 하나의 조림 현장이 됐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로 뒤덮인 산들은,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벌거벗은 민둥산이었다. 강원일보가 보유하고 있는 흑백 사진들은 그 시간들을 생생히 보여준다. 운동복 차림의 초등학생들은 허리를 굽혀 묘목을 심고있고, 어른들은 줄을 맞춰 산 중턱에 나무를 나르고 있다. 어떤 사진에서는 황량한 골짜기를 따라 수백 명이 줄지어 묘목을 심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그 당시의 산은 흙뿐이었지만 그 곳에 새롭게 뿌리내린 나무 한 그루는 그것 만으로도 우리 모두의 미래였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강원도의 산림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일본은 우리의 산림을 전쟁 자원으로 수탈했고, 6.25전쟁까지 겹치며 산림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휴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대한민국 전체 임목 축적량은 3,600만㎥에 불과했고, 강원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주민들은 연료를 위해 산의 나무뿐 아니라 풀뿌리까지 베어냈고, 일부는 생계를 위해 화전을 일구면서 산림 파괴는 가속화됐다. 정부는 1949년 식목일을 지정하고 나무심기 운동을 장려했지만, 땔감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림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산림녹화를 위해서는 연료 자립이 선결 조건이라는 판단 아래, 강원도 탄광을 개발하고 연탄을 전국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다. 값싸고 효율적인 연탄의 보급은 산림 보호의 기반이 됐고, 이후 전국적인 조림 사업을 가능하게 한 출발점이 됐다.

1973년, 정부는 ‘제1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전국 단위의 대규모 산림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황폐지 복구와 속성수 조림을 중심으로 한 이 계획은 108만ha에 29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계획보다 5년 앞선 1978년에 조기 완료됐다. 이어 1979년부터는 ‘제2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이 진행되며, 총 48억 2,000만 그루의 나무가 전국 산야에 뿌려졌다. 강원도는 이 녹화 사업의 중심이었다. 다른 지역보다 황폐화가 심했던 강원도는 가장 먼저,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1965년부터 1976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추진된 ‘화전 정리 사업’을 통해 4만5,000ha의 산지를 복구하고 13만4,000여 가구의 화전민을 이주 정착시켰다.
산지종합개발, 공무원 복지조림, 유용활엽수 조림 등 지역 맞춤형 산림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됐다. 조림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일이 아니었다. 생계를 바꾸는 일이며, 주거와 연료, 토지와 생존을 함께 다뤄야 하는 총체적인 변화였다. 그 중심에는 주민들이 있었다. 식목일이 되면 학교는 단체로 산에 올랐고, 군부대와 관공서 직원들도 삽과 곡괭이를 들고 묘목을 심었다. 아이들은 지게로 물을 나르고, 마을 어른들은 좋은 흙을 퍼서 묘목 자리에 덮었다. 이름 없이 참여한 이들의 손이 수십 년 뒤 푸른 숲을 만든 셈이다. 특히 1999년부터 강원일보가 주도해 온 지속적 이니셔티브 ‘희망의 나무 나눠주기’ 캠페인도 강원도 산림녹화 노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 소중한 역사적 기록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강원일보와 강원도, 도내 18개 시군과 산림청의 협업으로 26년째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강원도 전역에서 주민들에게 묘목을 무료로 배포하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강원도 전체 산림의 가치와 면적을 늘리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광복 직후인 1946년과 비교해 강원도의 임목 축적량이 16배 증가하고 전국적으로도 1960년 이후 약 120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꿔 산림의 전체 나무 부피(임목 축적)가 14배(이상 2020년 기준) 이상 증가했다는 산림청 통계는 한국의 산림녹화가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 이 역사가 전 세계의 기록유산이 되려 하고 있다. ‘치산녹화사업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노력이 그것이다. 황폐한 국토를 수십 년에 걸쳐 복원해낸 집단적 노력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는 평가다. 조림 정책자료, 행정문서, 참여기록, 사진 및 영상 등 방대한 자료는 그 자체로 소중한 우리의 유산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기록이 아니다.
한국의 산림녹화는 환경 복원과 사회적 연대, 지속 가능한 개발의 교과서로 평가받고 있으며, 실제로 UN과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가 정책 벤치마킹 자료로 활용해왔다. 조림에 참여한 국민, 기록을 남긴 공무원, 나무를 키운 임업인 모두의 노력이 한 편의 집단적 생태 복원사로 남아가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의 산림녹화는 나무를 많이 심은 기록,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민둥산을 오르며 묘목 하나를 정성스럽게 심던 손들, 산꼭대기까지 이어진 줄을 따라 묵묵히 삽질하던 사람들, 그들의 땀과 의지가 만든 ‘녹색 기적’의 증거들이다. 이제 울창한 숲의 자태 그리고 그것을 만들기 위한 우리 노력의 기록들은 국경을 넘어, 인류의 소중한 자산으로 널리 알려지고 보존될 채비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