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특별자치도에 거주하는 이주여성들이 여전히 가정폭력 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강원이주여성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소에 접수된 6,177건의 상담 중 34%(2,081건)는 가정폭력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어 가족문제가 22%(1,340건)를 차지했으며, 교육(12%)·체류(9%)·이혼(8%) 문제가 뒤를 이었다.
최근 3년간 상담소에 접수된 가정폭력 관련 상담은 2022년 1,772건, 2023년 2,442건, 2024년 2,081건으로 소폭 감소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가장 큰 문제로 드러났다. 더욱이 일반폭력(72건) 및 성폭력(119건)에 대한 상담 역시 꾸준히 접수돼 2차 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조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비수평적 가족 관계 안에서 이주여성들은 가정폭력을 참아야만 했다. 도내 이주여성 A씨는 남편의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렸지만 한국에 남기 위해 경찰에 남편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야만 했다. 또 다른 이주여성 B씨 역시 시부모의 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지만,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해야 했던 남편이 이를 묵인했다.
상담소는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이 불평등한 가족 관계에서 비롯되는 만큼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결혼이주여성은 국민배우자(F-6)비자를 발급받는데, 이 과정에서 남편의 경제력에 체류자격이 종속된다. 이혼 시에도 매년 소득을 증빙해야 하며, 배우자의 유책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자녀가 성년이 되면 강제 추방된다.
탁운순 강원이주여성상담소장은 “F6비자 등 관련 법률에 대한 구조적인 변화 없이는 폭력에 노출된 이주여성을 보호할 수 없다”며 “이주여성에 대한 법률적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이주여성이 주체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날까지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