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北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철거···실향민·상인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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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산가족면회소 철거 동향 작년 연말 포착
실향민 “영영 고향땅 못 밟나” 안타까움 표해
지역 상경기 반등 여지 사라져…상인들 ‘한숨’
통일부 “법적 조치, 국제사회 협력 방안 검토”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마지막 정부 시설인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를 시작했다고 통일부가 13일 밝혔다. 사진은 이산가족면회소 외부전경. 연합뉴스

북한이 남북 화해의 상징이자 금강산 관광지구 내 마지막 우리 정부 시설인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를 시작했다. 실향민들은 이산가족 재회는 물론 영영 고향땅을 밟지 못하게 될까 걱정하고 있다. 속초, 고성 등 동해안 북부지역의 경기 반등 가능성도 사라지게 됐다.

■주요 남측 시설 모두 철거=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산가족 상시 상봉의 염원을 담고 있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북한이 철거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정부는 향후 법적 조치, 국제사회와의 협력 등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북한의 면회소 철거 동향은 지난해 말부터 포착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면회소 본관 꼭대기 층의 전망대와 건물 외벽·타일을 뜯어내는 작업과 본관을 가운데 두고 사무실 용도로 지어진 두 개의 부속 건물 벽체 철거가 진행 중이라고 통일부 당국자는 전했다. 현대아산 등 민간이 소유한 호텔과 골프장, 관광시설 등에 이어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이산가족면회소까지 철거가 이뤄지면 금강산의 주요 남측 시설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이산가족면회소는 2008년 7월 완공 이후 고(故) 박왕자씨 피격 사건 등으로 1년여간 사용하지 못하다 2009년 9월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단체 상봉 행사를 개최해 처음으로 가동됐다. 이후 2010년 10월, 2014년 2월, 2015년 10월, 2018년 8월 총 5차례 이산가족 상봉에 사용됐다.

■실향민 “영영 고향땅 못 밟나” 한숨=속초 아바이마을 실향민들은 북에 남겨진 가족들을 영영 만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며 안타까워 했다. 실향민 1세대 부모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1.5세대와 2세대들이 부모들의 염원을 이어받아 고향 땅을 밟을 날을 학수고대하며 생활하고 있지만 그 희망마저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함경남도 북청 시골 마을에서 피난 온 실향민 1.5세대 김상호(86) 청호동 경로당 회장은 “10살 때 고향에서 함께 피난 온 친구 8명 가운데 7명은 모두 세상을 떠나고 혼자만 남아 늘 고향을 그리며 생활하고 있다”며 “실향민의 마지막 희망을 꺽어버리는 북한의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철거는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닌 만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해안 최북단 마을이자 금강산 관문인 고성군 명파리 일대는 이미 초토화된 지역 상경기의 반등의 여지마저 사라졌다며 한숨짓고 있다.

김남명 명파리 이장은 “그동안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남북 관계가 개선되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유일하 끈인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가 철거된다니 처참한 마음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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