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2%대로 뛰는 물가, 팍팍한 민생 한숨 깊어진다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다시 2%대로 반등했다. 탄핵 사태와 강달러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자 안정세를 찾아가던 물가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지방통계지청의 ‘2025년 1월 강원지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도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4% 오른 117.31로 집계됐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3.1% 상승했다. 전국 평균(2.5%)보다 높다. 무(109.8%), 당근(95.6%), 배추(69.8%) 등 채솟값이 급등했다. 김값도 1년 새 27.9% 치솟았다. 여기에 휘발유(8.8%), 경유(5.0%) 등 유류 가격도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율·고유가 상황이 계속되는 데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되는 등 외부 환경 변수들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이런 수치보다 더 심각하다. 실제 새해 들어 원재료비·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기름값과 커피 등 식료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전국 대학 190개 중 절반이 넘는 103곳이 올해 등록금을 인상한다고 하니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지게 됐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지고 일상의 부담과 어려움은 커진다. 경제에도 부정적이다. 소비 심리 위축이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고물가는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등 통화 정책 전환에도 걸림돌이어서 내수 부진의 골은 더 깊어질 수 있다. 경기 침체 속 고금리·고물가의 동거가 길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연초부터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니 민생이 제대로 풀릴 리 없다. 국제유가나 환율 등 외부적 변수는 어쩔 수 없지만 물가 안정을 위한 세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앞으로도 우려스럽다. 탄핵 정국이 계속되고 관세폭탄으로 ‘트럼프 리스크’가 촉발되면서 1,450원대를 오르내리는 환율은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도 새해 들어 꺾여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까지 낮춘 글로벌 투자은행도 있다. 경기는 둔화·하강하는데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커진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동시에 작용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말 그대로 최악의 경제상황을 의미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기업들의 생산비용 상승이 물가를 밀어 올리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소비 위축으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민생 회복을 위해선 보다 치밀한 물가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정부와 지자체가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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