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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송구영신(送舊迎新)

2024년도 오늘(31일) 하루만 남았다. 정규시간이 다 끝나고 남은 인저리 타임(Injury Time) 같은 시간이다. 그동안 걸어왔던 1년을 되돌리는 기적을 바라기에는 너무 짧다. 그러나 2025년을 준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내년을 의미 있게 채워 나가기 위해서는 낡고 묵은 것을 비워내야 한다. ▼올해를 돌아보면 열심히 살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한 해였다. 지속된 불황과 고물가 등에 삶은 더 고단해졌다. 정치는 계엄령에 이어 대통령 탄핵, 헌정사상 첫 권한대행을 맡은 국무총리까지 탄핵된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직무는 모두 정지됐고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및 국무총리 업무를 대행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대행의 대행’ 체제다. 여기에 2024년을 불과 사흘 남겨두고 179명이 사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는 온 국민을 깊은 슬픔과 애도에 잠기게 한다. 참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1년이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말 것. 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지 말 것. 미래를 말하며 과거를 묻어버리거나 미래를 내세워 오늘 할 일을 흐리지 말 것.” 박노해 시인의 1999년 시집 ‘겨울이 꽃핀다’에 실린 시 ‘경계’다. 짧은 시에 삶을 대해야 하는 자세와 지혜가 담겼다. 우리는 지금 2024년과 2025년 사이의 경계에 서 있다. 끝과 시작이 만나는 시간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2025년을 힘차게 열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모두에게 필요한 때다. ▼2025년은 을사년(乙巳年)이다. 청색의 ‘을(乙)’과 뱀의 ‘사(巳)’를 합쳐 ‘청사(靑蛇)의 해’, 즉 ‘푸른 뱀의 해’로 불린다. 푸른 뱀은 새로운 시작, 지혜로운 변혁, 성장과 발전의 의미로 해석된다. 여섯 번째 십이지신인 뱀은 지혜롭고 영리한 동물로 알려졌다. 주기적으로 껍질을 벗고 새롭게 거듭나는 신체 능력으로 끝없는 생명력·영생·불사 등을 상징하기도 한다. 새해에는 어둠이 물러나고 희망찬 해가 솟아오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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