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병욱의정치칼럼]권성동은 왜 탄핵 정국의 전면에 섰나

비상계엄 이후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나서
친윤이면서 대통령과도 거리감 있는 인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분열 경험
되풀이 않기 위해 단합·단결 유독 강조해
진정한 보수가치 높이는 정당 탈바굼 기대

유병욱 서울본부장

국민의힘의 권성동(강릉) 당 대표 권한대행 체제가 다음 주까지는 갈 것 같다. 국회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위원장 선출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권 대행 단일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가 비대위원장까지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겸직 여부와 관계없이 그는 이미 중앙정치의 중심에 섰다. 2022년 9월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고 물러난 지 2년 3개월 만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권성동을 다시 무대로 불러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 대통령이다. 위법·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탄핵정국을 초래한, 그야말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권 의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친윤(친 윤석열)이면서도 대통령실 또는 내각에서 영화를 누린 다른 친윤들과 비교했을 때 야인(野人)처럼 지낸 그를 의원들이 선택한 것이다.

실제 권 의원은 2022년 9월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고부터는 국회의원직만 유지한 채 없는 듯 지냈다. 2023년 당 대표 출마 계획도 대통령이 막아 포기해야 했고 심지어 총선을 앞두고는 공천탈락자 명단에까지 오르는 수모를 당했다. 대통령이 직언과 쓴소리를 자주 하는 권 의원을 보기 불편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12일 치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 투표에서 그가 72표를 얻어 김태호 의원(34표)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도 핵심 친윤들과는 결이 다른, 그와 대통령 간의 획일적이지 않은 관계도 크게 작용했다. 20여 명의 중도성향 의원들이 권성동을 지지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어서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사진 왼쪽)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당선된 후 김태호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권성동을 전면에 내세운 또 다른 이유는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보수진영의 처음과 끝을 모두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이던 권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아 탄핵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보수정당이던 새누리당은 분열됐고 그도 새롭게 창당한 바른정당으로 옮겼다가 2018년 대선 전에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합류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이 여파로 2020년 제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채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했다.

당시 보수진영 분열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권 의원은 이번 사태 수습에 나서달라는 중진들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한 그의 생각은 원내대표 선거 때 의원들 앞에서 밝힌 발언에 녹아있다. “2016년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임무를 수행했다. 대통령을 탄핵하여 우리 당이 살 수 있다면 고통스럽지만 그 길을 가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우리 당은 분열했다. 대선, 지선,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 … (중략) … 탄핵보다 무서운 것이 분열이다. 분열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 당의 화합을 약속한다.”

결국 권성동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의 경험으로 봤을 때 지금 상황에 당이 또다시 분열된다면 보수는 몰락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당시 보수 분열에 일조했다는 일종의 부채 의식도 그를 흔들리는 당의 깃발을 잡게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방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와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제는 지금부터다. 현재 80% 가까운 국민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지지하고 있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서 비상계엄에 대한 상상을 초월하는 위법적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어떤 스탠스를 잡아갈 것인가가 권성동에게 달렸다. 특히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확정될 경우 4~5월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에 보수가 국민에게 어떤 선택을 받을 것인가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권 의원이 공식적으로 ‘개헌’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그의 개헌 주장은 급조된 것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사석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자주 말해왔다. 그러다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된 후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잇따라 개헌을 강조하고 있다. 당장 현실화되지는 않겠지만 그의 개헌카드가 어떤 효과를 발휘할 지도 궁금하다.

국민의힘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왕이면 지금처럼 사람따라 기득권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무서워하고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구현해 내는 정당으로 탈바꿈하길 바란다. 권성동도, 국민의힘도 그래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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