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과 인구감소는 대한민국 모든 지자체가 동일하게 마주하고 있는 과제다. 하지만 그 대처 방법은 사뭇 다르다. 민선 6기 출범 이후 지난 10여 년 간 화천군이 주목한 위기 극복의 키워드는 교육지원과 돌봄 서비스를 통한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 만들기’였다. 그리고 민선 8기 반환점을 돈 화천군은 이러한 정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는 보다 근원적 과제에 도전하고 있다. 바로 주거문제 해결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최문순 화천군수의 구상을 청해 듣는다.
■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 만들기’ 정책이 시작된 지 벌써 10년, 그간 어떤 변화나 성과가 있었는지요.
“2014년에 초선 군수가 됐으니 벌써 10년이 흘렀습니다. 당시 접경지역 화천과 수도권의 가장 큰 격차는 아이들이 자랄 수 있는 교육환경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선6기 군수 취임 직후 아이들 교육지원을 전담하는 교육복지과를 만들고 약 2,500억원을 투입해 화천교육발전 10개년 계획을 수립, 현재까지 131개의 사업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후 지역의 교육 환경이 크게 변화돼 지금은 전국 지자체 어느 곳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교육 추진 체계를 갖췄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매년 화천의 학생들이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국내 대학에 진학하고 해외 유학을 떠나고 있습니다. 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해외 어학연수와 배낭여행을 지원하고, 서울 유명 입시 컨설팅 업체가 화천에서 진로진학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 올해 문을 연 화천커뮤니티센터는 초등 저학년 학생들의 돌봄을 1년 내내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교육 때문에 지역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교육 때문에 화천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3선 군수인데 민선 8기부터는 주거 정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간 교육지원과 돌봄정책을 진행해보니 학부모나 어린 학생들 또 대학생들까지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복지혜택이나 교육지원이 좋아도 살 집이 없으면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없습니다. 또 아이를 출산하고 싶어도 살만한 집이 없으면 망설여지는 게 요즘 젊은 세대의 마음일 것입니다. 새는 둥지가 없이 절대 알을 낳지 않습니다. 때문에 화천에 살고 싶어 하는 분들, 또 화천에서 이미 살고 있는 군민에게 살만한 집을 만들어 드리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하게 됐습니다.”
■ 화천은 전국에서도 출산 여성들의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으로 가장 젊은 지자체로 꼽힙니다. 젊은 세대를 위한 주택 건립 계획은.
“우리 군은 출산 연령대의 신혼부부와 청년세대를 위한 주거 안정 대책에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어야 자연히 출산율 상승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화천읍 신읍리에 신혼부부 통합공공임대주택 90세대 건립을 준비 중입니다. 또 옛 화천읍사무소 부지에 조성 중인 72세대 규모의 산천어 행복타운 역시 청년세대의 주거안정에 기여할 것입니다. 하남면 산천어 파크골프장과 인접한 부지에도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10세대가 건립되고, 화천읍 신읍리에 어린 자녀가 있는 가구를 위해 50세대 규모의 화천형 양육친화마을도 조성할 계획입니다.”
■신혼부부와 청년세대는 경제적 기반이 취약해 주택이 있어도 쉽게 임대하거나 구입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청년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 집값과 자녀 교육비 부담을 꼽고 있습니다. 때문에 주택 건설을 넘어 구매와 실거주를 위한 파격적인 재정 지원까지 준비 중입니다. 우선 신혼부부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무주택자를 위해 임대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지원하는 조례 제정을 완료했습니다.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 보증금은 물론 월 임대료의 약 90%를 지원하고 아이를 출산할 때마다 거주 기간을 5년씩, 최장 30년까지 연장하는 방식입니다. 사실상 거주비 부담 없이 화천에 살면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입니다.”
■청년세대 뿐 아니라 취약 주민들의 주거 안정도 중요한 과제인데요.
“맞습니다. 우리 군은 신혼부부 및 청년세대 뿐 아니라 지역의 저소득층과 고령자들의 주거안정 대책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11월 19일 화천읍 신읍리에 120세대 규모의 마을정비형 공공 임대주택이 준공돼 연말까지 입주가 진행됩니다. 사내면에는 2027년까지 고령자 복지주택 60세대가 들어섭니다. 입주자 특성에 맞춰 1층에 1,000㎡ 면적의 실버복지센터를 계획 중이며, 이미 예산도 확보됐습니다.”
■신혼부부 이외에도 화천에 거주하고 싶은 외지인을 위한 주택 정책은.
“화천에 터를 잡고 싶은 누구나 뜻을 이룰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우선 간동면의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화천 역세권 인근에 100세대 규모의 ‘간동 세대 공존형 자립형 주거단지’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화천읍 상리에는 60세대 규모의 통합 공공임대주택인 ‘화천형 보금자리’ 조성사업이 진행됩니다. 이밖에 5세대 이상 단독주택 및 공동주택을 건축할 경우 세대 당 6,000만원, 최대 6억원까지 진입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비를 지원합니다. 화천군이 인구감소 지역으로 분류돼 외지 주택 소유자가 화천지역 소재 4억원 이하의 주택 1채를 신규 취득할 경우 여전히 1주택자로 간주돼 세제 특례가 적용됩니다. 국방부의 군인 아파트 건립 사업에 협력하고 있으며 오는 2031년까지 3,800여 세대의 군인 아파트가 지역에 건립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 군민들의 주거환경 개선 및 내집 마련을 위한 지원은.
“우선 화천에 주소를 두고 24개월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가 연면적 100㎡ 이하 단독주택 신축 또는 매입 시, 주거전용면적 85㎡ 이하 공동주택 매입 시, 금융기관 융자에 따른 이자액 최대 50%(융자금 추천한도 2억원 이내, 발생 이자 3% 이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농촌주택 개량 시, 신축과 개축, 재축의 경우 최대 2억5,000만원, 대수선과 증축 시 최대 1억5,000만원 한도 대출까지 알선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빈집 신·개축 시 최대 1,000만원의 철거 비용도 지원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정책을 통해 기존 군민이 보다 나은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군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군은 지난 10여년 간 교육 지원 및 돌봄 정책의 실험적 도전에 나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올해 전국 최초로 지자체 주도 초등 온종일 돌봄시설인 화천커뮤니티센터를 준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화천고가 군인 자녀 모집형 자율형 공립고로 지정돼 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 수요에 대응할 시스템도 갖춰지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물이 파격적인 주거 정책과 만나면 보다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 입니다. 접경지역이라는 제약된 환경을 탓하며 제자리에서 머물기보다는 군민과 함께 접경지역의 한계를 넘어보려고 합니다. 변함없는 애정과 성원 그리고 신뢰를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