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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영혼까지 파괴하는 몰카 성범죄, 엄중 처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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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와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카메라 등으로 상대방을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배포하는 몰카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도내 몰카 성범죄 적발 건수가 매년 평균 15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 7월까지 총 943건으로 집계됐다. 실제 신고되지 않은 건수까지 포함하면 불법촬영에 따른 피해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딥페이크 범죄는 10대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10대 피의자는 2021년 51명에서 2023년 91명, 10대 피해자는 같은 기간 53명에서 181명으로 3배 이상 폭증했다. 불법 촬영은 딥페이크물 제작이나 온라인 유포, 또는 이를 빌미로 협박·강요 등 더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

불법 촬영은 장소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상가나 학교 화장실, 탈의실, 사무실, 숙박시설 등 어느 장소든 몰카가 설치돼 있을 수 있다. 요즘 몰카는 탁상시계, 와이파이 공유기, 화재경보기, 곰인형, 액세서리 등 생활용품에도 장착돼 외관상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진화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 몰카용 초소형 카메라는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몰카 판매와 유통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한 이유다.

몰카가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들었고 없애기 힘든 수준까지 도달했다. 문제는 불법 촬영이 단순히 촬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불법 유통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이버 공간에 신체가 노출돼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사람의 몸과 영혼까지 송두리째 파괴하는 악질 범죄다. 한 번 당하면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고통으로 평생을 보낼 수도 있다.

몰카는 피해자와 직접 대면하거나 접촉하지 않아 재범률이 높은 범죄다. 법무부가 20여년간 검거된 7만5,000여명의 성범죄자와 성범죄 재범자 2,900여명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지하철이나 기차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던 사람 10명 중 6명은 비슷한 범행을 다시 일으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 유형별 재범률 중 불법 촬영 등 몰카 성범죄 재범 비율이 75%로 가장 높았다. 몰카 성범죄를 뿌리 뽑으려면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는 물론 유통조직과 이를 공유·배포하는 이들에 대한 발본색원 및 강력한 처벌이 중요하다. 또한 도박처럼 중독범죄로 인식하고 왜곡된 성 욕구를 교정할 수 있는 적절한 치료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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