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특집]"지자체 경쟁시키는 정책 안돼" vs "'의지'가 있는 지자체 지원"···기본 인프라는 '국가 몫'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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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소멸 위기 - 어떻게 극복하나 /

(8·完) 일본 내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지방창생' 정책

야마시타 교수, 지방창생 정책 비판적 입장
"도쿄의 일극 집중 흐름에 변화 전혀 없어"
"지자체 경쟁, 옆 동네 인구 억지로 끌고와"
"경제발전이 곧 출산률 증대? 위험한 발상"
하야시자키 이사장, 지역활성화 움직임 효과
"'변혁' 단계 아니지만 지방 인구 증가 및 활성화"
"국가와 지방이 함께 움직여야 미래로 갈 수 있어"
"지방도 '장래희망' 의지 갖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

가와바 전원플라자 내 파머스마켓. '오늘 고객이 많아 채소가 매진됐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신세희기자

일본정부의 '지방창생' 정책에 대해서는 자국 내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지자체 간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여전히 중앙정부 중심의 정책이라는 혹평과 함께 한편에서는 수십년간 이뤄진 대도시 일극체제 흐름을 바꿨다는 긍정적 의견이 나온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지만 '공공 인프라'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낸다. 소멸위기 지자체일수록 국가가 지원한 도로와 철도, 등 공공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지방창생'에 비판의 목소리와 긍정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일본 내 대표적인 인물들을 만나 이들의 의견을 정리해봤다.

■ 야마시타 유스케 일본 도쿄도립대 사회학부 교수

야마시타 유스케 도쿄도립대 사회학부 교수. 사진=신세희기자

■ 일본 정부의 지방창생 정책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한마디로 얘기하면 정책 시행 10년이 지났음에도 인구감소 흐름과 도쿄의 일극집중 흐름에 대한 변화가 전혀 없었다. 이는 나의 비판과 관계없이 정부가 직접 검증을 해 발표한 내용이기도 하다."

■ 무엇이 문제인가="정책의 방향성이다. 결과적으로 지자체들에게 '경쟁하라'는 정책이 됐다. 중앙정부가 필요한 사업과 예산을 정하고, 거기에 가장 열심히 응하는 지자체를 선발해 지원해주는 구조다. 우리 지역 인구를 늘리기 위해 옆 동네에서 억지로 사람을 끌고 오고, 정부 예산을 받기 위해 지역에 가치 없는 쓸데없는 정책에도 참여하게 된다. 매우 중앙집권적 발상이다. 결코 좋은 결론이 나올 수 없다."

■그렇다면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지역이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비 지원, 의료비 지원 이런 재정적 지원은 대규모 예산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인구가 적은 작은 지자체에서부터 시작하는게 쉽다. 중앙정부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해서는 해결이 안된다. 작은 마을, 지자체에서 먼저 시작을 하고, 정부에서 이걸 잘 할 수 있도록 끌어줘야 한다. 그래야 지방 중심의, 출산률 증대 정책으로 연결된다. 작은 정책이라도 현장에서 나오는 발상들이 모이면 큰 기획이 된다."

야마시타 유스케 도쿄도립대 사회학부 교수. 사진=신세희기자

■ 그 해결책으로 여러 지자체들이 '기업유치'에 뛰어들고 있다="오해하고 있는데 '경제 발전' '고용창출'만 갖고는 출산률이 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를 낳는데 더 열악한 환경이 될 수도 있다. 흔히 작은 규모의 지자체들이 소멸 극복 대책으로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출산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오히려 대도시일수록 출산률이 떨어지고, 지역의 출산률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과거 일본이 '타마 뉴타운'이라는 곳을 만들었다. 젊은이들을 위한 대규모 주거 단지인데 지금은 '고스트 타운'처럼 돼 버렸다. 실패 이유는 '커뮤니티'가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장 내 인간관계, 이웃과 이웃 간 교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결혼을 하고 출산할 수 있는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지자체와 기업이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일본으로 보면 동경이라는 대도시에서는 출산률이 결코 높아질 수 없고, 지방으로 인구를 분산시켜서 지방에서 출산률을 증가시켜야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경제는 서울이 담당하고, 지방은 삶을 보존하고 지키는 역할을 해야한다."

■ 지자체가 갖춰야할 환경도 중요하지 않나="맞다. 우선 공적 영역에서는 도로와 철도 등 기본 인프라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 만약 기업을 유치해 경제 발전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버스가 없으면 출근도 못하고, 학교도 못간다. 인적 자원도 마찬가지다. 인프라에는 시설 뿐만 아니라 사람도 포함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지방자치가 매우 취약하다. 지방자치 및 소멸을 주제로 한 책이 일본에서는 수만권 팔렸지만 한국에서는 수천권밖에 안 팔렸다. 이 책들은 누가 사느냐. 일본에서는 지방의원들이 전부 구입한다. 지방자치에 관심있는 정치인도 인프라다. 통상 나라가 지역을 지탱한다고 하는데 반대다. 지역이 나라를 지탱해야 한다. 지역이 국가에 '짐'이 된다는 시각은 국가적으로 보면 상당히 위기감을 불러일으킨다. 중앙과 지역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

■ 하야시자키 오사무 일본 지역활성화센터 이사장

하야시자키 오사무 일본지역활성화센터 이사장. 사진=신세희기자

■ 일본 정부의 ‘지방 창생’ 정책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린다="최근 10년간 지자체 인구 변화 추이를 보면 지방의 인구가 증가하고, 이에 따른 지역 활성화도 이뤄지고 있다. 다만 크게 본다면 아직 '변혁'시킬만한 힘까지는 아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전체적으로 인구가 점점 감소하고, 동경과 서울 등 수도권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나. 이 흐름을 바꿔야 하는데 그 단계에는 못미친다. 개인적 견해이지만 국가가 풍족해지려면 산업정책이 중요하다. 지방은 아직 이런 산업이 미흡하기 때문에 지방창생 정책 효과를 좀 더 극대화하려면 반도체 같은 산업정책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국가가 추진하면서 지방도 같이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지방이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꼽는다면="도쿠시마현에 있는 카미카츠초라는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 할머니들은 '이파리 비즈니스'를 한다. 나뭇잎을 주워서 깨끗하게 씻은 후 정리해서 교토에 있는 음식점이나 요정 같은 곳에 판매한다. 수입이 연간 1,000만엔이라고 한다. 일본 요리에는 반드시 장식이 들어가는데 거기에 쓰는거다. 북해도의 히가시카와초라는 곳도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규슈의 가장 남단 가고시마에도 '야네단'이라는 작은 부락이 있는데 이 분들은 행정에 일체 의존하지 않고 주민 협력으로만 생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 앞으로의 '지방창생' 정책 방향은?="향후 10년간은 '지방창생 2.0'으로 한단계 정책을 진전 시킨다. 얼마전 취임한 이시바 총리대신은 관련 예산을 두 배로 확대하고, 관련 조직도 좀 더 효율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방이야말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하면서 지역이 의지를 갖고, 필요한 정책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게 중요하다는 얘기도 했다. 다만 그 이전에 지역의 산업, 중·고교, 금융기관이 있어야 하고, 그 지역 내에서 인재를 육성· 활용해 나갈 수 있는 노동자가 많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하야시자키 오사무 일본지역활성화센터 이사장. 사진=신세희기자

■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지역을 윤택하게 하려면 지역도 '장래희망'을 가져야 한다. 이런 의지를 갖고 있는 지자체와 그렇지 않은 지자체는 상당한 차이가 생긴다.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몸담고있는 지역활성화센터에서는 전국 지자체에서 온 60여명의 사람들이 2년 동안 연수를 받고 있다. 연수대상은 30세 전후 청년들인데 지방창생에 모범이 되는 곳에 가서 정책을 공부하고, 기획도 한다. 그 후 자신의 마을로 돌아가 그동안 배우고 습득한 것을 활용하고, 적용한다. 센터 입장에서는 인재육성과 함께 전국 마을 곳곳에 이들을 보내 또다른 인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시바 총리대신도 똑같은 말을 한다. '지역 만들기'는 곧 '사람 만들기'이다."

■정책의 효과를 더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정부가 너무 간섭을 해서는 안된다. 사사건건 간섭을 하면 '정부 의존형'이 돼 버리고, 스스로 하려고 하는 자력이 사라진다. 가급적이면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정부는 도와주는거다. 무엇으로 돕느냐. 하나는 돈, 나머지는 '어드바이스(조언)'이다. 성공 지자체의 사례를 공유하고, 결론적으로는 이와같이 열심히 한다면 정부도 열심히 도와준다는 걸 보여준다. 지방창생 정책은 구조적으로 1~2년내에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단기간 내에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실패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건 잘못됐다. 어느정도 기간을 두고 중장기계획으로 봐야 하는 것이 지방창생의 목표 중 하나다."

일본 도쿄=원선영 기자

이 기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지역 언론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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