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의 첫 강원 출신 장관' . 김완섭 환경부 장관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다. 1992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줄곧 기획재정부에서 정통 경제관료의 길을 걸었던 그가 환경부 수장으로 발탁됐을 때만 해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취임 100일을 넘어선 지금, 플라스틱 오염, 일회용컵 보증금제, 재생에너지 확대 등 환경 현안을 차근차근 풀어 나가며 환경부에 안착했다.
지역사회의 관심도 각별하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양구 수입천댐 건설과 관련,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센만큼 강원 출신인 김 장관이 이를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장관을 만나 이에 대한 입장과 여러 강원 현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신형철 정치부국장

■ 지난 11월 1일이 취임 100일이었다. 소회는?="환경부에 오게 된 것이 저에게는 큰 행운이었고, 그만큼 책임감도 크게 느낀다. 직원들이 따뜻하게 맞이해줬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줘서 잘 정착을 하고 있다. 제가 기재부에 있었기 때문에 주로 조율하고 기획하고, 우선순위를 매겨서 정책을 결정하는 일에 많이 익숙한데 이 곳은 환경이라는 한 분야를 깊게 파서, 이해 관계자들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국민들을 위해서 이 시대에 필요한 일과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
■ 주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아무래도 양구 수입천댐 이슈일 것 같다="7월4일 (장관 후보자로) 지명 받아 청문회를 준비하던 중 이런 댐 계획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취임한 지 나흘 만에 발표를 했다. 원래 발표 전에 찬성이든 반대든 일단 지역과 대화를 해 보고, '반대가 있지만 우리는 이렇게 하려고 한다'는 부분까지 포함해서 발표하는게 맞다. 그런데 이런 절차 없이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발표를 하면서 절대 강제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평소 갖고 있는 소신인데, 국가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은 해야하는 게 정부의 책무이다. 그러나 좋은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추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내면서 해야 한다. 그것 역시 정부의 책무이다. 지금 수입천댐 사안은 정부의 그 두 가지 책무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와 미래를 위해 필요한 댐 건설인데 지역 수용성이 많이 부족한 상태다."

■ 여전히 지역 사회 반발이 강하다="지역사회가 수용하지 않으니 정부가 깔끔하게 '안 하겠습니다' 라고 한다면 당장은 편안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계산한 바에 의하면 앞으로 분명 물이 부족해진다. 다음 장관이나 다다음 장관, 다음 정부로 미루면 되는 것인가. 공식 석상에서 표현한 적은 없지만 사실 저는 지역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댐 건설 계획이나 주변지역 지원계획과는 별개로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댐으로 피해를 입었다. 마음의 상처, 깊은 아픔을 갖고 계시는데 또 댐 얘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송구한 마음이 매우 크다. 60~70년 된 그 아픔과 상처를 지금 일거에 치유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 그럼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발표했던 14개 댐 후보지 가운데 양구지역만 대화를 못해봤다. 지역에서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얘기를 꼭 해보고 싶다.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아직 대화에 나서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부분도 이해하지만, 지역과 주민을 위해서 한 번 얘기는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정부 차원의 지원책은 무엇이 있나="댐 건설 주변지역 지원은 온전히 지역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체류형 관광시설을 만들수도 있고, 각종 체육종목의 유‧청소년 전지훈련장을 조성할 수도 있다.
지원 규모는 현재 기준 약 300억~ 400억원 사이 정도가 될 텐데, 제가 두 배 이상 늘리자고 기재부와 협의하고 있다. 그러면 800억~ 1,000억원 정도가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에 쓰일 수 있다. 이에 더해서 댐이 건설된 직후부터 댐이 없어질 때까지 매년 약 10억원 정도가 해당 지자체에 지원이 된다. 정비사업과는 다른 지원사업이고 이 역시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제가 경북 영천 보현산댐 얘기를 주변에 많이 하는데 원래 댐 건설 반대위원장이셨던 분이 이제는 홍보위원장으로 활동하고 계신다. 보현산댐의 경우에는 짚라인, 출렁다리, 캠핑장, 그리고 주민참여형 태양광 시설을 만들었다. 모든 지역이 다 똑같이 될 수는 없겠지만 양구에서도 충분히 상생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댐 건설과 관련해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는가="어떤 '시간표'를 만들어 놓지 않았다.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공감대를 얻어서 추진하겠다고 약속 드렸다. 강제로는 안한다. 저희가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대화와 소통의 노력을 해 나가겠다."

■ 케이블카 건설도 추진되고 있는데 이 역시 환경부 소관이다. 갈등의 여지가 있는데="강원특별자치도가 되면서 시·군이 추진하는 케이블카는 도 차원의 환경영향평가를 받으면 된다. 그러나 국립공원 부지 내에 설치하려면 환경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저는 무조건 찬성도, 무조건 반대도 아니다. 우선 당연히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고, 경제성 역시 고려해야 한다. 사람들이 케이블카를 타러 설악산에 가는지 혹은 설악산에 간 김에 케이블카를 타는지를 알아야 한다. 관광객들을 케이블카에 태울 생각부터 하면 안된다. 먼저 관광객들을 불러올 수 있는 여러 기반을 만들고, 케이블카는 그 다음이다. 종합적으로 이런 여건이 맞으면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환경부가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할 필요도 있는 것 같다. 큰 틀의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맞으면 좀 더 본격적으로 검토해서 추진해야 한다."
■ 강원도는 개발과 보존의 가치가 가장 충돌하는 곳이다. 어떤 청사진을 가져야 할것인가?="강원도가 갖고 있는 깨끗한 환경을 기반으로 치열하고 바쁘지 않고 여유 있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지역, 그런 공동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깨끗한 환경에서 모두 다 행복하고 여유롭게 지내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힐링과 여가 목적으로 많은 외국인들과 젊은 층들이 강원도를 찾고 있는데 이들이 좀 더 오래 머물며 강원도의 자연과 문화를 깊이 체험할 수 있도록 숙박과 연계한 체류형 테마와 이야기거리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자연환경 분야의 연구 인프라도 확대해야 한다. 첨단산업을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 필요도 있다. 수소산업이나 반도체, AI 헬스케어 등 수도권과 가까운 이점을 살려 미래 유망산업을 육성해 나간다면, 강원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환경부 수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과거 환경부는 '깨끗한 공기' '맑은 물'이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게 '글로벌'이다. 기후 문제는 단순 날씨가 아니라 우리 식탁 물가, 산업 등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앞으로는 '기후환경부'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이런 흐름과 이슈를 다 엮어서 다른 부처와 같이 일을 해야 한다. 기후 문제의 마지막 보루로서 다른 부처들을 끌고 가야 한다.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과거처럼 획일적이고 강제로 하는 규제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유연하고 담대하게, 과감하게 추진할 부분은 과감하게 해야한다"
정리=원선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