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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관심과 참여로 소나무를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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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천 동부지방산림청장

소나무는 우리나라 정서와 뿌리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2022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나무를 설문조사한 결과 37.9%가 소나무를 좋아한다고 응답했으며, 소나무는 현재 우리나라 산림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이 소중히 여기며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친근한 나무다.

이러한 소나무가 지금 위기에 놓여 있다. 1988년 처음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이 2024년 9월 기준 144개 시·군·구로 확산돼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완전 방제가 어려운 점은 감염경로와 생활사에 있다.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에 기생하는 선충의 일종으로 암수 1쌍이 20일 후 20만여마리 이상으로 수가 증가할 만큼 번식력이 강하다. 나무 조직 내의 수분과 양분 이동통로를 막아 감염되면 100% 고사하게 된다. 확산 원인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를 통해 이동하는 자연적 원인과 감염된 소나무를 무단으로 이동하는 인위적 원인이 있다.

방제 방법은 감염된 소나무를 벌채해 파쇄·훈증·그물망 처리해 매개충과 재선충을 동시에 방제하거나, 드론·지상의 약제 방제로 매개충의 밀도를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 현장 여건에 맞게 방제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 고사목을 누락 없이 전량 방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동부지방산림청 관할 10개 시·군 중 동해시, 삼척시, 정선군이 피해지이며, 2024년 10월 기준 피해목은 51본으로 피해 ‘경미’ 지역이지만, 도심지역 집중 발생 또는 산림지역 산발적 발생 등 시·군별 확산 유형은 달랐다.

이에 동부지방산림청은 맞춤형 방제전략을 마련하고자 올해 예산 7,000만원을 투입해 ‘동부지방산림청 권역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전략 수립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방제전략이 수립되면 시·군과 협력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피해지를 점차적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연차적으로 방제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제 실행과 방제전략 수립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예방’이다. 예방 활동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 소나무를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주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첫째, 소나무 고사목에 대한 신고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므로 처음 1~2그루가 감염되었을 때 빨리 발견하고 곧바로 방제하는 것이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순식간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고사목으로 의심되는 소나무를 발견하면 산림관서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감염된 소나무에 대한 불법이동 금지다. 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는 방제처리를 하지 않고 절대 이동해서는 안 된다. 인위적인 확산은 감염경로를 파악하기 어려워 효율적인 방제전략도 무용지물이 될 정도로 치명적이다. 무단이동 중인 소나무를 발견하면 반드시 신고하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

1973년 국토녹화사업을 시작으로 50여년간 온 국민의 노력으로 가꾸어 온 소나무가 큰 위기에 놓였다. 죽은 소나무를 발견하거나 무단이동을 목격했을 경우 즉시 신고하는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소나무를 살리고 지키는 희망이 된다.

신선한 이불을 하늘에 널어놓은 듯 청명한 가을이다. 맑은 하늘, 곱게 물든 단풍과 함께 어우러진 푸른빛 소나무를 보며 미래의 누군가도 나와 같은 풍경을 볼 수 있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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