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유병욱의정치칼럼]한동훈 100일…비서실장 박정하는 힘겹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최측근 보좌 입장에서
대통령과의 지속적 갈등으로 힘 못받아 답답
친윤계와 대화 역할도 막혀버려 고민만 깊어
지역에서는 잘 활용해야 할 자산…행보 주목

유병욱 서울본부장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지난 10월 30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메시지를 던졌다.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국민의) 우려와 걱정이 있고, 그 문제가 주요한 부분이란 것은 분명하다”면서 “특별감찰관은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의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기관이고, 지금 그런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여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특별감찰관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통령실의 분위기를 봤을 때 한 대표의 의지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한 대표의 특별감찰관 설치 건의에 대해 한차례 뭉개버린 상황에서 이를 번복할 가능성은 크지않다. 당내 ‘친윤계’(친 윤석열계)의 반발도 변수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당 대표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정하(원주갑) 국회의원

당 대표 비서실장인 박정하(원주갑) 국회의원의 고민도 여기서 출발한다. 그 역시 한동훈 대표의 비서실장이 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오히려 난제들은 더욱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실 비서실장 업무로만 따진다면 그가 그리 힘들어할 이유는 없다. 대표의 공식·비공식 일정을 총괄하고 대표 명의의 메시지 검토와 대표를 대신해 각계 인사와 만나는 것은 그가 청와대 등에서 근무할 당시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일이다.

고민의 핵심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당내·외 정치적 여건이다. 거대 야당의 압박은 국회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지만, 대통령과 여당 대표와의 관계는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도 아니다. 대표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고 있는 비서실장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가 더욱 답답해하는 것은 당초 생각했던 본인의 역할이 시작도 하기 전에 막혀버렸다는 점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지난 7월 박정하가 대표 비서실장으로 임명될 당시 여의도에서는 “한 대표의 최측근이면서 당내 역학관계를 고려한 전략적 인사”라는 평이 많았다. 전당대회 이전부터 한 대표에게 등을 돌리고 있던 친윤계와 물밑 소통이 가능한 유일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실제 그는 권성동, 이철규 의원 등과는 같은 강원도 출신인데다 정치권에서도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사이로, 사석에서는 형·동생하는 관계다. 비록 당 대표 선거 때 박 의원이 한동훈을 지지하면서 궤를 달리하긴 했지만, 여전히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 대표와 친윤계간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그래서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4.10.21 [대통령실 제공]

그러나 이런 ‘희망’은 빗나갔다. 박정하가 친윤계 의원들과 본격적인 대화를 나눠보기도 전에 한동훈 대표와 대통령실의 충돌이 발생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면서부터는 어느 한쪽이 백기를 들지 않는 한 물러설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난달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와의 대화 장면은 이처럼 극단을 달리는 양측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다.

이런 상황은 그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버렸다. 친윤계의 한 대표에 대한 불신도 이미 물밑에서 대화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소통의 마중물 역할을 하려고 했던 박정하의 계획은 물거품이 돼버린 셈이다.

그러나 그는 김건희 여사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고 있는 현실을 막으려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라도 대화가 복원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특별감찰관 도입과 관련해서도 당내에서 어떤 식으로든 조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정하(원주갑) 국회의원이 지난 10월28일 국회에서 열린 제천~삼척 고속도로 대국민 설명회에 참석,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서울=신세희기자

여러가지 정치적 현실이 박 의원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지만,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제천~삼척 고속도로 조기 착공 국회 설명회에 한동훈 당 대표와 함께 참석했다. 한 대표는 이날 여당이 책임지고 제천~삼척 고속도로 조기착공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상황은 그 내부에서 알아서 정리하면 되는 일이다. 다만, 지역의 입장에서 여당 대표 비서실장으로서의 박정하는 잘 활용해야 할 자산이다. 그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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