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도내 전문의 64명 이탈, 지역 의료 붕괴되고 있나

올 2월 이후…주민 건강권 심각한 침해
강원대병원 9월부터 야간응급실 일부 중단
근무 환경 개선 등 정부 특단의 대책 있어야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올 2월 이후 전문의 64명이 이탈하면서 지역 의료가 붕괴 위기에 처한 상황은 단순히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넘어 지역 주민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사회적 위기다. 특히 전문의 5명 중 3명이 이탈한 강원대병원은 9월2일부터 성인 야간 응급 진료를 일부 중단하는 파행 운영을 한 달 넘도록 이어가고 있다. 병원은 응급실 재개를 위해 수차례 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책을 찾고 있지만 의사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방 의료원들의 상황이다. 9월 말 기준 강원지역 의료원 5곳 중 강릉, 속초, 삼척, 영월의료원 4곳이 ‘의사 인력난’으로 일부 진료과목을 휴진하고 있다. 속초의료원은 이비인후과, 피부비뇨기과, 신경과, 가정의학과, 성형외과 등 5개 과목이 휴진 중이며, 강릉의료원은 재활의학과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많은 지역 주민이 자신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의료 붕괴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장 큰 사안은 의사 인력난이다. 강원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의료진을 유치하기 어렵다. 경제적 유인책이나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젊은 의사들이 지방에서의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의료 인력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도내에서는 의료 인력의 공급이 충분치 않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정부와 의사 간의 갈등도 의료 인력 이탈을 가속화하는 중대한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전공의 파업 이후 불거진 의료계와 정부 간의 대립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의정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현재 강원도를 포함한 지방 의료 공백 문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은 불 보듯 하다. 정부 차원의 특단 대책이 있어야 한다. 강원도와 같은 지방에서의 의료 인력 유치 및 유지를 위해서는 기존의 경제적 유인책 외에도 근무 환경 개선, 주거 및 교육 지원 등 종합적인 방안이 절실하다. 또한 수도권에 집중된 의료 인력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이를테면 특정 기간 지방 공공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의료기관 스스로도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병원 운영진은 인력 확보와 유지에 대한 전략적 접근으로 이 문제를 풀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지역 의료진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을 강화하며 특히 지역 내에서 의사를 양성하고, 이들이 지역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정 갈등 해소다. 정부와 의료계가 다시 대화의 장을 열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갈등이 수습되지 않는 한 강원도의 의료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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