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누에는 버릴 게 없다”<1262>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강원일보 DB

누에(잠, 蠶, silkworm)는 누에나방과의 유충으로 이미 5천 년 전에 중국에서 야생하는 ‘산누에나방’을 순치(馴致)한 것이다. 누에 몸통은 원통형이고, 몸은 13마디며, 11마디 등 쪽에 뾰족한 뿔(미각)이 우뚝 솟아있다. 몸은 희뿌연 젖빛이고, 연한 키틴질 껍질로 덮였으며, 매끈한 것이 부드럽다.누에나방의 한살이(일생)는 알, 애벌레, 번데기, 성체로 알에서 부화한 한 살배기(일령) 새끼누에는 3㎜ 남짓이고, 털이 많이 나기에 ‘털 누에’, 또 새까맣기에 ‘개미누에(의잠)’라 한다.

알에서 부화해 4번 잠자고 나서 5령 막판에 가서 고치를 짓기 시작하는 누에를 ‘넉잠누에’라 한다. 그 무렵엔 색이 누르스름해지고, 살갗이 딱딱해지면서 행동이 둔해진다. 곁에다 누에섶을 얼기설기 얽어두면 대뜸 가지가지로 스멀스멀 기어올라, 모가지를 이리저리 흔들며 명주실샘(견사샘)에서 명주실을 뽑아 켜켜이 몸을 둘러싸고선 그 속에 틀어 앉는다. 알고 보면 천적에게서 보호하자는 짓으로 씨알 굵은 새하얀 고치들이 온 사방 나무 열매처럼 주렁주렁 멋지게 달린다.

60시간에 걸쳐 1,200∼1,500m의 비단실로 지은 자루 꼴인 고치(방) 속에 자리 잡고, 70여 시간 만에 번데기로 변하며, 그 뒤 12∼16일이면 나방이가 된다. 그리고 번데기가 날개를 달고 어른벌레로 바뀌는 것을 날개돋이(우화, 羽化)라 하는데, 누에고치 안에서 우화한 나방이는 주둥이에서 뱉은 가수분해(소화)효소로 고치 한쪽 끝자락을 녹여서 조붓하고(좁고) 똥그란 구멍을 내고 나온다. 나방이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직 짝짓기에 바쁘다. 교미를 끝낸 암놈 나방은 500∼600개의 알을 가지런히 낳고는 시나브로 죽고 만다.

누에는 버릴 게 없다. 비단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누에가 당뇨와 정력에 좋다고 인기다. 게다가 고치를 통째로 삶아 비단실을 뽑고 남은 것이 번데기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번데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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