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현실 반영 못하는 고용위기지역 지정, 전면 개선을

고용위기지역 지정 제도는 전면적으로 개편돼야 한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 폐광으로 대량 실업이 우려되는 태백, 삼척의 고용위기지역 지정 불발도 정량적 기준의 불충족에 기인한다. 현재 고용위기지역 지정은 네 가지 정량적 기준을 충족해야 가능하다. 이는 고용보험 피보험자 증감률, 구직급여 신청자 수, 고용보험 사업장 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등의 변동을 중심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기준은 일반적인 경제 변동에 따른 단기적인 고용 변화를 반영하는 데 적합할 수 있으나 태백과 삼척 같은 장기적인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충격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구조조정으로 인해 이미 고용의 기반이 약해진 이들 지역은 최근 몇 년간의 고용 지표만으로는 심각한 실업 위기를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태백과 삼척은 그동안 단계적으로 석탄산업이 축소되면서 인구와 경제력이 함께 감소해 왔다. 이런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는 현재의 고용위기지역 지정 기준에서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다. 특히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위한 기준이 ‘신청 직전 1~2년’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폐광 이후에 닥칠 실업 사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심의 결과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간과한 채 단기적인 고용 상황만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 잘못이다. 더욱이 현행 법령에는 정량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지정이 가능하다는 정성적 평가 기준이 있다. 그러나 이번 태백과 삼척의 고용위기지역 지정 심의 과정에서는 이 정성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즉, 오랜 기간 이어진 산업 구조조정의 결과로 인한 지역 경제의 피폐함과 미래에 닥칠 실업 사태는 평가 과정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정책의 유연성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중대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번 심의 결과는 정부의 고용 정책이 얼마나 경직돼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단순히 정량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역경제에 미칠 엄청난 피해를 예측하지 않은 것은 정책적 실책이다. 정부는 단기적인 고용 지표가 아닌, 미래지향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으로 지역의 고용 위기를 평가해야 한다. 먼저 지정 기준에서 고용 위기의 발생 시점을 더 늘려야 한다. 1~2년간의 고용 지표만으로는 지역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 고용 위기를 평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태백과 삼척처럼 수십 년간 지속된 산업 쇠퇴의 영향을 받은 지역들은 단기적인 지표가 아닌 장기적인 경제 및 고용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또한 정량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지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정성적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정책을 시행할 때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실제로 고용 위기를 겪는 지역들이 적기에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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