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을 맞아 강원 명산을 찾는 등산객이 늘어나면서 각종 산악사고도 급증해 119구조대원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간 강원지역에서 발생한 산악사고는 총 9,343건으로 이중 41.1%에 이르는 3,842건이 가을철(9~11월) 집중 발생했다. 올해도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시작된 주말이었던 지난달 27일부터 29일 오후 5시까지 설악산에서만 총 12건의 산악사고가 잇따랐다.
특히 사고 현장의 산세가 험하거나 기상이 악화된 경우 대원들의 구조작업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 지난달 10일 오전 8시12분께 설악산 희운각대피소에서 A(19)양이 등산 중 다리에 부상을 입어 거동이 어렵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구조를 담당한 환동해특수대응단 산악구조대 2팀은 구조 장비를 들고 희운각대피소로 향했다. 2시간이 넘는 산행 끝에 사고 현장에 도착한 2팀은 몸무게 50㎏가 넘는 A양을 번갈아 등에 업고 왕복 10㎞ 거리를 산행, 신고 접수 12시간여만에 무사히 하산시켰다. 당시 출동한 민준영 소방장은 “30도가 넘는 폭염으로 인해 구조에 나선 대원들 대부분 탈수 증상을 호소했다”고 회상했다.
비법정탐방로를 몰래 찾아 불법 산행하는 등산객들의 조난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설악산 칠성봉 인근 비법정탐방로에서 다리가 부러진 채 조난된 50대 등산객이 20시간 만에 구조되는 일도 있었다.
현장에 출동했던 산악구조대 1팀 김슬빈 소방교는 “비법정 탐방로인 탓에 땅이 고르지 않았고 비가 많이 와 허리까지 차오른 빗물을 가르며 들것을 옮겼던 기억이 난다. 2년간의 구조대 생활 중 이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상현 환동해특수대응단장은 “본인의 체력에 맞는 등산로를 정하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는 첫걸음이며 휴대용 랜턴이나 보조배터리, 구급약품 등을 꼭 챙겨야 한다”며 “특히 비법정탐방로는 길을 잃거나 다치는 경우 구조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