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 초점]누구를 위한 댐 건설인가

박기영 도의원

양구 댐 후보지 포함 소식
도민 입장 ‘쇠귀에 경 읽기’
제도적 개선 선결 과제

또다시 댐이다. 양구군 수입천이 저수용량 1억톤 규모의 다목적댐 후보지에 포함됐다. 소양강댐 건설로 인해 50년 넘도록 피해와 고통을 감내해 온 양구군민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와 산양의 최대 서식지가 파괴되고, 민간인 출입 통제로 인해 70년 넘도록 보존되어 온 희귀 생태환경이 수몰되는 것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고, ‘하루 70만명분의 먹는 물 공급’, ‘기후 위기’라는 설명만 강조되는 걸 보니, 이번에도 양구를 위한 댐, 또는 강원도민을 위한 댐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수도권의 물자원 이용을 위한 강원도의 일방적인 희생의 역사는 이미 수십년 넘도록 이어져 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50여년 전 소양강댐의 건설로 인해 인근 3개 시·군 약 50만㎢의 면적이 수몰되고 2만명이 넘는 도민이 내쫓기듯 고향을 등져야 했다.

그와 같은 희생을 발판으로 수도권의 안정적인 용수 공급과 한강 유역 홍수 조절에 성공해 한강의 기적도 이룰 수 있었지만 강원도에 돌아온 것은 이중 삼중의 규제와 제약뿐이었던 것을 강원도민들은 오랜 세월 경험으로 알고 있다.

환경부 장관이 “댐이 지역 주민의 삶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도로, 상하수도 등 댐 주변 지역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했지만 그런 수사를 진짜로 믿고 기대하는 주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역의 희생을 발판으로 건설된 소양강댐을 통해 연간 2,0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얻고 있는 수자원공사에서 소양강댐 피해 지역에 지원하는 지원금이 연간 고작 60억원에 불과하고, 오히려 수도권보다 비싼 물값을 내고 있는 현실을 도민들이 누구보다 냉철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화천댐에서 하루 80만톤의 용수를 용인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 공식화되는 등 수도권을 위한 강원도의 일방적인 희생에 도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져 가고 있는 와중에 또다시 양구에 1억톤 규모의 댐을 건설하겠다니 도민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쇠귀에 경 읽기’가 아닐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댐 건설로 인한 수혜지역과 피해지역이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점과 수혜지역의 이익이 피해지역에 전혀 배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에는 댐 건설을 적극 환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댐 건설로 인한 지역의 피해보다 이득이 너무도 명확하게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제도적 개선이 필수적인 선결 과제다. 제도적인 개선이 선결되지 않으면, 댐과 관련한 그 어떤 계획에 대해서도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고 그 어떤 지역에서도 댐은 기피시설이 될 뿐이다.

요즈음 전에 없던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운 건 수도권이나 강원도나 마찬가지다. 수도권에 시원한 바람 공급하겠다고 에어컨만 설치하고 이를 위해 강원도에는 일방적으로 실외기를 설치해서 더운 바람만 보내겠다면 말이 되겠는가? 대한민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국가를 위한 지역의 일방적인 희생’은 이제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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