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여름은 태풍이 많고 폭우,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상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극한적인 기상현상이 나타난 해는 엘니뇨가 정착되고 2년 이내였는데, 엘니뇨가 지난해 3월부터 정착되다가 작년 연말 절정에 이르렀고, 올해로 정착 2년째가 돼 극한의 더위가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강릉에서 지난 11일 첫 열대야가 발생했다. 열대야는 밤사이 최저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인데, 기상청은 11일 강릉의 아침 최저 기온이 25도를 기록했고, 작년보다 18일 빠른 기록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일에는 경주 34.1도, 대구가 33.2도를 기록하며, 영남지역에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지난해 6월17일 보다 7일 가량 빠른 것이다.
기상청은 올여름 날씨전망을 통해, 기온이 평년 보다 높을 확률이 50%가 된다고 밝혔다. 인도 델리의 밀집지역 문게쉬푸르의 수은주가 섭씨 52.9도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인도 여성 TV 앵커가 뉴스를 진행하다 기절하기도 했고, 방글라데시는 지난달 30일까지 열사병으로 숨진 사람만 최소 34명에 달했다. 필리핀은 4만7,000여개 학교가 대면수업을 중단했고, 미얀마, 캄보디아도 폭염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정부의 폭염 정책도 달라졌다.
경로당 냉방비를 5만원 오른 16만 5,000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에너지 취약가구의 냉방비 지원도 지난해 114만 가구 평균 4만3,000원에서 올해 126만 가구 5만3,000원으로 각각 12만 가구, 1만원을 늘렸다. 전기요금 감면도 378만 가구에 최대 2만원으로 4,000원 올렸다.
축사에 냉방시설을 설치하면 보험료를 감면해 주고 ‘농업인 왕진 버스’를 활용해 의료서비스와 치료비를 지원한다. 농작업 중에 발생한 온열질환 치료비는 국고에서 50%를 지원하고, 해수부는 어업인 폭염 예방대책을 새롭게 추가했고, 국토교통부는 레일온도 예측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충북 증평군은 고령층, 홀몸 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 150명에게 손목 착용형 스마트기기를 보급하고, 경남도는 음료 제조업체와 폭염방위대를 출범했다.
삼척시는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생활지원사와 자율방재단, 장기요양업체를 재난도우미로 활용하고, 폭염대책본부를 가동한다.
‘오뉴월(양력 6~8월) 더위에 염소 뿔이 물러 빠진다’는 속담처럼, 혹독한 여름나기가 예상되고 있다. 조선시대 대표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시(詩) ‘소서팔사(消暑八事)’에서 활쏘기, 그네타기, 투호놀이, 바둑 두기, 연꽃 구경하기, 매미 소리 듣기, 비오는 날 시 짓기, 달밤에 개울에서 즐기는 ‘탁족’ 등 무더운 여름을 이기는 8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에어컨과 선풍기가 없으면 견뎌내기 힘들 만큼, 이제는 무더위가 재난으로 인식되고 있다.
선조들의 더위 해소법이 지혜롭지도, 통하지도 않는다.
제프 구델은 지난해 출간한 ‘폭염살인’을 통해, ‘온난화로 인한 현생인류의 죽음은 이미 시작됐다’며 책을 쓴 시점인 2023년이 ‘21세기 중 가장 추웠던 해’로 기록될 가능성까지 내다 봤다. 또 가난한 지역에 나무를 더 심고, 도시 리모델링이 빨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온난화로 폭염 강도가 강해지고 빈도가 잦아지면서 노년층의 건강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고, 2050년이 되면 최대 2억4,600만명의 노인들이 폭염 때문에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동해안 해수욕장이 개장을 앞두고 있다. 올여름은 폭염을 피해 예년 보다 더 많은 피서객들이 동해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해안 지자체들의 철저한 폭염대책과 촘촘한 피서객 맞이 준비가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