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조선왕실의 숲을 가다]왕의 나무 수백년 지켜온 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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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릉 고단리 금표

◇해안가에 자리 잡은 강릉시 옥계면 금진리의 한국여성수련원 주변 솔숲은 아름드리나무들이 고풍스런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강릉에는 다양한 소나무 숲이 위치해 있다. 단원 김홍도 산수화에 등장하는 강릉 성산초교 주변 솔숲.
◇우리나라 최고의 소나무 숲인 국립 대관령자연휴양림.
◇강릉 왕산면 고단리의 황장금표.

강원특별자치도는 산림수도이자 전 국민의 휴양지다. 특히 동해안과 백두대간의 울창한 소나무 숲은 강원자치도를 대표하는 산림자원이자 대한민국 산림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나무는 강원자치도가 자랑하는 수려한 경관을 완성하는 ‘화룡점정’과 같은 역할도 하고 있다. 도내에는 조선시대 궁궐을 건축하는 데 사용됐고 황장금표의 표식을 세워 보호했던 황장목(黃腸木) 군락지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도내에 남아 있는 황장금표를 찾아 그 가치를 재조명하고 산림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조선 왕실의 숲을 가다’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소나무는 마을 주변에 군락을 이루면서 강원인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아이를 출산하면 대문에 금줄과 솔가지를 걸어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집을 지을 때도 대들보나 기둥, 서까래에 소나무를 사용했다. 온돌을 데우는 땔감으로도 사용됐고 소나무 속껍질 가루와 멥쌀가루를 섞어 송기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봄철 날리는 송화가루는 다식을 만드는 재료로도 활용됐으며 뿌리 부근에 기생하는 균근(菌根)에 의해 만들어지는 송이는 최고급 식재료다. 뿌리에 생기는 복령 또한 귀중한 약재로 쓰였다. 소나무는 전통 생활가구인 강원소반 재료로 이용되며 가족의 행복을 지원하는 든든한 후원자였다.

조선 영조 22년(1746년) 전국의 산에 있는 소나무를 왕실용으로 확보하기 위해 황장봉산(黃腸封山)을 정하고 산 입구에 금표(禁標)를 세웠다. 전라도 3개, 경상도 7개, 강원도에는 22개의 황장봉표를 설치해 함부로 소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했다. 최고의 소나무 생산지였던 강원도가 조선 왕실의 숲이었던 셈이다.

현재도 화천 비수구미, 인제 한계리, 원주 학곡리, 치악산, 영월 법흥사 입구, 황정골, 양양 법수치리, 상월천리, 홍천 내면 명계리 등 10여개의 황장금표와 봉산금표(산삼을 함부로 캐지 못하게 금하는 표시) 등이 산림유산으로 남아 있다.

또한 조선의 최고 화가 단원 김홍도는 정조대왕의 명을 받들어 1788년 10월에 강원도를 찾았다. 60여일 동안 강원도 일대를 꼼꼼히 돌아봤고 100여점의 그림을 완성해 임금에게 바쳤다. 평창 성심대, 강릉 구산서원, 경포대, 고성 청간정, 가학정, 동해 무릉계, 울진 월송정 등 당시 그린 실경산수화 속엔 강원의 늠름한 소나무가 기품을 뽐내고 있다.

현재 사람들에게 알려진 강릉의 소나무 핫플레이스는 1988년 우리나라 최초로 조성된 휴양림인 국립대관령자연휴양림이다. 휴양림에는 해발 841m의 제왕산까지 약 400만㎡의 소나무 숲이 있다. 이 숲은 1922~1926년 소나무 종자를 산에 직접 파종해 만든 숲이다. 이렇게 넓은 소나무 숲을 인공적으로 조림한 곳은 우리나라에서 이 숲 하나뿐이다. 이 밖에 강문에서 안목에 이르는 솔숲, 한국여성수련원 주변 솔숲, 초당 허균, 난설헌 생가 솔숲, 성산초교 솔숲, 선교장 일대의 솔숲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지닌 숲이다.

강릉의 황장금표는 강릉 왕산면 고단리 960번지에 위치해 있으며 정선 임계면과 인접해 있다. ‘도진산 주백회 북거 ○고개 십오’의 13자가 암각돼 있다. 도진산 주위 100리는 소나무를 함부로 벨 수 없는 구역으로 금표가 세워진 지역으로부터 북쪽 ○고개에 이르는 15리가 경계구역임을 의미한다. 지금은 도진산이라는 이름이 전해지지 않지만 금표의 위치와 도진이라는 지명의 위치로 보아 고단리를 포함한 덕우산 일대가 금표 구역에 해당된다. ○고개는 훼손돼 정확한 지명은 알 수 없으나 거리로 볼 때 ‘비오치’라 불리는 고개로 추정된다.

글·사진=김남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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