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대낮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상대로 흉기난동을 벌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34)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본보 1월10 일자 보도)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 방윤섭 김현순 부장판사)는 31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씨에게 이같이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극도로 잔인하고 포악한 방법으로 범행했으며 영상을 보거나 소식을 접한 국민들이 공포에 휩싸이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전국 각지에서 모방·유사 범죄를 촉발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시민이 책임을 다하면서 누리는 권리와 자유를 피고인은 더 이상 누릴 수 없는 게 타당하다"며 "피고인을 영원히 격리해 사회 안전을 유지하고자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형벌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7월 21일 오후 2시께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남성 A(당시 22세)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고 다른 남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모두 조씨와 일면식도 없는 무고한 시민들로 파악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시민들에게 대낮 서울 한복판에서 '나도 살해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준 사건"이라며 조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무작위 살인으로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에 해당한다"며 "분노와 열등감, 모욕죄 처벌 두려움 등이 폭발해 다수 살인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치명적인 부위만 계속 찌른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이라며 "반성문에서 '감형 한 번 도와달라'는 문구를 기재한 피고인은 처음 본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조씨는 수사기관에서 '열등감이 폭발해 행복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고 싶어 범행했다'고 진술했으나 법정에서는 태도를 바꿔 심신장애를 강조했다. 실제로 조씨는 범행 2∼3일 전부터 피해망상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조씨가 흉기를 미리 준비했고 치명적 부위를 노려 범행한 점 등에 비춰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장애는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능력이 미약한 수준인 '심신미약'에는 해당한다고 봤다.
형법 10조에 따라 심신미약이면 형을 줄일 수 있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의 정도와 범행 후 정황 등을 종합해 유리한 양형 사유 중 하나로 고려하되 심신미약을 사유로 형을 감경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데 대해 재판부는 조씨가 별도의 모욕 범죄 조사를 앞두고 처벌을 우려해 자포자기 상태로 범행한 점, 오래전부터 범행을 준비한 것은 아닌 점, 정서적으로 불안한 어린 시절을 보낸 점 등을 고려해 사형을 선고할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사형은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춰볼 때 누구라도 그것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선고할 수 있다.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사 결과 조씨가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는 등 재범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출소 후에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30년간 부착하도록 했다.
조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익명 게시판에 특정 게임 유튜버를 지칭해 '게이 같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는데 이 부분은 무죄가 선고됐다.
조씨는 법정에 들어서며 울먹이는 등 정서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심신장애 주장이 기각되자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조씨는 지난해 7월21일 오후 2시7분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80여m 떨어진 곳에서 A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골목 안쪽에서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첫 범행 6분 만인 오후 2시13분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앉아 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조선은 20∼30대 남성을 상대로 범행한 이유를 묻자 "성별을 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씨는 범행 10분 전 흉기를 훔쳐 택시로 신림역 인근에 도착하자마자 흉기를 휘둘렀다. 전날에는 자신의 아이폰XS 스마트폰을 초기화하고 평소 쓰던 컴퓨터도 부쉈다. 그는 "범행을 미리 계획했고 발각될까 봐 두려워 스마트폰을 초기화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범행 전 살해 방법과 급소, 사람 죽이는 칼 종류, '홍콩 묻지마 살인' '정신병원 강제입원', '정신병원 탈출' 등을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조선의 휴대전화와 망가트린 컴퓨터를 포렌식해 인터넷 검색 기록을 분석,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조씨의 진술과 수사로 확인한 정황 증거로 미뤄 조선이 사전에 범행을 계획해 실행한 것으로 보고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도 진행했다.
조씨에게는 살인·살인미수·사기·절도 등 4개 혐의가 적용됐다. 범행 당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마트에서 흉기 2개를 훔치고, 인천 집에서 신림역까지 이동하면서 두 차례에 걸쳐 택시요금 약 4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도 추가됐다.
조씨는 14년 전에도 신림동 술집에서 일면식 없는 사람을 폭행해 처벌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보험 사기로 벌금형 처분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