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 지방의료원에 애정을 담아 응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김시성 강원특별자치도의원

온 나라가 의료 붕괴를 이야기한다. 우리 강원특별자치도는 춘천, 원주, 강릉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응급의료취약지다. 특히 고성·양양지역은 더욱 열악하다. 지금처럼 필수의료분야 의사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속초의료원이 문을 닫는다면 고성·속초·양양·인제지역의 주민들은 위급할 때 강릉의 대형 병원까지 1시간 이상 이동하는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의료원은 도가 설립했으니 문 닫을 리 없다고 믿는 게 맞을까? 현재 강원특별자치도내 5개 의료원 부채는 약 600억원이다. 병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병원당 평균 약 12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셈이다. 빚을 줄일 획기적인 대안은 있는가? 코로나19 상황으로부터 회복기에 들어왔으나 병상가동률은 60%를 밑돌고 있다.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은 100%를 넘는 매우 위험한 수준이고, 일부 의료원은 이미 자본 잠식 상태다.

물론, 의료원은 공공의료를 실천하는 지역거점병원으로서 적자가 불가피하다. 그런 이유로 매년 시설·장비보강, 인건비 지원을 위해 약 500억원이 넘는 국·도비가 투입되고 있다. 민간병원과 경쟁할 수는 없지만 의료시장에서 공공병원이 살아남아 지역민에게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국민, 도민, 시·군민과의 약속인 셈이다. 하지만 적자 감수가 무책임한 경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의료원 행정사무감사에서 임원들이 수당을 중복 수령하고 의료기기 구매 조기 납부할인을 받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심지어 의료원 경영 정상화를 위해 도가 경영혁신을 강구하고 있는 와중에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원 직원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법인 소속 민간인이다. 그런데 공무원처럼 호봉제 적용 및 법정수당, 근로기준법상의 수당, 비법정수당까지 수령한다. 의사 연봉은 알려져 있듯이 상한가를 치고 있고, 직원은 각종 수당이 더해져 동일 경력의 공무원과 비교하면 급여가 훨씬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2013년, 적자 운영의 아이콘이었던 의료원에 대해 강력한 경영 개선 요구가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데자뷔 일까? 의사 구인난에 시달리는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의료원은 흑자 경영이 목적이 아니다. 그렇다고 방만 경영으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지출은 줄이고, 의료의 질 개선과 친절한 자세를 통해 환자의 편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코로나19 시기에 의료원은 지역환자를 위해 기꺼이 병상을 내어주고 의료진은 방역복을 입었다. 나는 이런 의료원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끝났다. 1,000억원이 넘는 손실보상금이 기대보다 부족했고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 지원이 아쉽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주장들이 힘을 가지려면 우선 의료원이 자력으로 버텨내는 내공이 필요하다. 그런 힘 없이 쏟아붓는 지원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의료원이 돈벌이에 내몰리지 않아도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는 강원자치도민과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의료원은 지역환자들이 원정진료를 다니지 않도록 하는 의료 버팀목이어야 하기에, 강원자치도는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지원해야 하며, 의료원 직원들은 병원이 문 닫지 않도록 옹골차게 지켜내야 하는 그곳의 주인임을 명심해야 한다.

나는 시민이자 도의원으로서 의료원이 힘들었던 10년 전 그때처럼, 코로나19 때처럼 앞으로도 애정을 가득 담아 의료원을 응원한다. 2013년의 진주의료원이 우리 의료원의 미래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파리올림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