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전 춘천지법 101호 법정 앞. 개인 회생 절차인 '채권자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45명이 몰렸다. 채무자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고, 채권자는 카드사, 대부업체, 저축은행 등이었다. 채무자 1명당 채권자는 10여명 안팎이었다. 채권자가 무려 24명인 채무자도 있었다.
퇴직 후 건설직 일용직 근로자로 인한 A(59)씨도 카드사 등 4곳에 진 빚 3,000여만원을 갚지 못해 이날 법정에 나왔다. 10대 자녀 2명을 부양하는 그는 지난 1년 내내 생활비가 모자라 매월 대출을 받았다.
자재 값이 오르고 미분양이 늘며 신축 현장이 줄었고, 근무 일수도 주당 4~5일에서 3~4일로 줄었다. 이에 비해 생활비 물가는 오르지 않은 품목이 없어 매월 100만~150만원씩 적자가 났다. A씨는 "3,000만원이란 큰 돈을 한꺼번에 갚을 길이 없다. 신용불량자가 되기 전에 쪼개서 갚기 위해 개인 회생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피부 관리숍을 운영했던 B(여·50)씨도 1억여 원의 빚을 못 갚고 개인 회생을 신청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영업은 중단됐고 대출로 버텼는데 상환이 시작되면서 두 손을 들었다. B씨는 "코로나19가 지나면 경기가 나아질 줄 알았는데 더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춘천지법 본원과 강릉지원에 접수된 '개인 회생' 건수는 2,68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공표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올해 10월까지 접수된 개인 파산 건수도 770건에 달했다.
12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개인 파산 법정에도 20대부터 60대까지 긴 줄이 늘어섰다.
한은희 법무사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는 코인이나 주식 투자 실패 등으로 개인 회생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었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 시기에 받은 대출을 못 갚아 신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경기가 좋아지지 않으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