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고릴라를 보고 기억 못 할 자신(?)이 있는가. 황당한 질문일 수 있지만 그럴 수 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이처럼 엄청난 피사체가 나타났을 때 그것을 인지 못 할 수는 없지 않는가. 그런데 한 가지 일에 몰두해 집중하다 보면 분명 존재하는 다른 사안을 놓쳐 버릴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이 고릴라일지라도 말이다. ▼심리학에서는 그러한 현상을 ‘보이지 않는 고릴라(Invisible gorilla)’라고 부른다. 이 용어는 1999년 심리학자인 다니엘 사이먼스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가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진행한 실험을 통해 새롭게 제시한 개념이다. 실험의 내용은 이렇다. 두 학자는 학생들에게 흰색과 검은색 옷을 입게 한 후 이들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흰색 옷을 입은 학생들의 패스 수를 세게 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동영상에 등장하는 고릴라를 목격했는지에 대한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놀랍게도 상당수의 학생은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는 답변을 한다. ▼‘선택적 주의 시험’이라는 제목의 실제 동영상을 보면 농구공을 패스하는 사람들 사이로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나 가슴을 두드리고 이내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험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해당 장면들을 살펴보면 고릴라의 모습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 설마 못 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지만, 이후에 진행한 비슷한 유형의 실험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로 나왔다. ▼선택한 것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인간 인지능력의 한계는 이처럼 간단한 실험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을 통해 무엇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허술하고 빈틈투성이인지를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세상을 아주 공정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거나 관심을 쏟는 부분을 제외하면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이른바 ‘무주의 맹시’를 겪게 된다. 이제 곧 정치의 계절이 시작된다. 우리 주변에 혹시 ‘보이지 않는 고릴라’가 있지 않을까, 관심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