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이방운의 ‘금강산도’와 허필의 ‘총석도’ 등 18세기 조선의 미술을 망라하는 작품들이 춘천을 찾았다.
국립춘천박물관은 상설전시실 내 브랜드존을 개편하고, 지난 5일 ‘이상향으로의 초대,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주제로 한 전시를 새롭게 공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금강산과 관동팔경 관련 수집품 9건 9점을 포함해 67건 116점을 감상할 수 있다. 강원의 자연을 향한 고 이건희 회장의 관심과 수집의 범위는 조선 18,19세기의 서화에서부터 20세기 민화 병풍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특히 그의 기증품은 수집을 통한 문화유산의 보존의 가치를 지닐 뿐 아니라 금강산과 관동팔경에 담긴 선조들의 숨결 역시 담겨 있어 더욱 특별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방운의 ‘금강산도’, 허필의 ‘총석도’. 전정선 ‘단발령망금강산’, 심사정 ‘삼일포’ 등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그린 작품을 통해 역사의 숨결을 느껴본다.

전시는 ‘성스러운 곳,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주제로 한 1부와 2부 ‘새로운 시대의 이상향, 금강산과 관동팔경’으로 구성 돼 있다. 1부에서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깊고 신묘한 강원의 자연을 유람하며 산수의 도를 깨닫고 내 안의 이상향을 찾은 기쁨이 담긴 작품을 볼 수 있다. 더욱 방 안에 누워 글과 그림을 감상하면서 산수 사이를 노닐었던 조선시대 선비들의 ‘와유臥遊’를 전시실에서 경험할 수 있다.
2부는 역사의 변혁기라고 할 수 있는 조선 후기 이후부터 근대까지 금강산과 관동팔경의 모습이 담겨있다. 당시 19세기경이 되면서 사대부의 전유물이었던 금강산 유람은 점차 신분의 경계를 넘어 확산됐다. 이에 금강산 유람은 점차 대중화 되기 시작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가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당시 작가들 사이에서는 민화 금강산도와 민화 관동팔경도가 다수 제작 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는 일제강점기에 관광지가 된 금강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이상향의 공간인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통해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게다가 사방이 영상으로 가득 채워진 ‘금강, 닿다. 바다를 이루다’라는 영상 공간도 운영된다. 고요한 달빛에 잠들어 있던 금강산의 고귀한 모습을 눈에 담으며 이상향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만의 이상향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