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걸 그렇게 해석하시면 어떡합니까?” 법정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말이다.
재판이 이루어지는 여러 사건들을 보다 보면, 양 당사자 중의 일방이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이지만, 쌍방 모두 거짓말은 하지 않으면서 전혀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자의 경우에는 제출된 증거들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누가 객관적인 증거와 어긋나는 주장을 하는 것인지를 위주로 사건을 검토하면 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원고와 피고가 왜 각자 다른 주장에 이르렀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같은 사실관계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하게 되는 이유는 결국 관점과 생각의 차이이다. 작은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주는 쪽은 특별한 생각이 없었지만 받는 쪽은 상대방이 나에게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처럼, 직장 상사가 하급자에게 업무지시를 하는데 그 지시의 범위와 수행방법을 서로 다르게 이해한 경우처럼, 납품계약을 하면서 한쪽은 앞으로도 좋은 관계가 유지되리라 기대했지만 다른 쪽은 차후의 계약에 관한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경우처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서로에게 약간씩의 오해와 어긋남을 가지며 살아간다. 대부분의 경우 그와 같은 엇갈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교정되거나 사라지면서 이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우연과 우연이 더해져 균열이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없는 경우에까지 이르게 되면, 앞서 본 것과 같이 사건화가 되어 법원에 나타나기도 한다.
네 맘이 내 맘과 같지 않고, 내 맘이 네 맘과 같지 않기에, 특히 중요한 계약을 하거나 할 때면 그러한 균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부동산을 사고팔거나, 임대차계약을 하거나 할 경우 서면으로 명확한 계약 내용을 기재한 후 도장을 찍고, 인감증명서, 신분증 사본과 같은 것들을 첨부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렇게 작성된 매매계약서나 임대차계약서와 같은 것들을 법원에서는 ‘처분 문서’라고 하고, 소송에서 처분문서가 제출된 이상 그 문서에 기재된 것과 다른 사실관계를 주장하여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어떤 문서가 작성되기는 하였으나, 그 형식과 내용이 부실하여 처분 문서로까지는 보기 어렵다면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한쪽은 그 정도면 계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그 정도로는 종국적인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결국 당사자들의 행위를 법률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는 법원이 판단할 수밖에 없고,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 지지 않는 당사자는 본인의 관점을 이해해주지 않는 법원에 대해 “그걸 그렇게 해석하시면 어떡합니까?”라는 볼멘소리를 하게 된다.
사건화가 된 이상 법원으로서는 제출된 증거자료와 주장을 종합하여 나름의 결론을 낼 수밖에 없으므로, 당사자들이 처음부터 의사를 명확히 합치시켜 분쟁을 예방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본인의 관점에서는 당연하게 느껴지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추후에 법적 분쟁이 가능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라면,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속담처럼 상대방의 관점에서도 그 사실이 당연한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옛말도 있다. 서로간의 생각과 관점이 다를 수 있음을 유념하면서 분쟁의 초기에 다툼의 불씨를 진화하는 것이, 인생에서 고달프고 번거로울 수 있는 송사를 피해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